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폴더블폰 컨셉트 제품. 유튜브 갈무리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외형 변화와 이동통신 세대 교체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음달 하순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수년 간 준비해 온 혁신 제품을 차례대로 쏟아낼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승부수는 폴더블폰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체적으로 여는 갤럭시S10 언팩(공개) 행사에서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개발자 컨퍼런스 때 잠시 선보인, 접으면 4.6인치 펴면 7.3인치가 되는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7년 동안 준비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언팩에서 5G폰도 출시할 예정이지만 폴더블폰을 더 앞장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폴더블폰이 갖는 ‘혁신성’이 다른 어느 제품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초 엣지형 디스플레이를 본격 채택한 갤럭시S8 출시 이후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에 시달려왔다.
엘지(LG)전자는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5G폰을 공개하기로 하고 전력을 쏟고 있다. 엘지전자는 이동통신 세대가 바뀌면서 5G폰 수요가 폴더블폰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엘지전자의 주력 시장인 한국과 미국이 5G 전환에 매우 적극적이기도 하다. 또한 엘지전자는 앞뒤로 디스플레이가 달린 더블디스플레이폰 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지전자는 폴더블폰 출시 경쟁에서 몇 걸음 뒤떨어져 있다. 폴더블폰에는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4년 가까이 적자를 내고 있는 엘지전자로서는 주도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의 트리플 카메라폰을 내는 등 혁신을 주도하는 화웨이도 올해 상반기 안에 폴더블폰과 5G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준비가 다소 늦어져, 공개 시점은 3월 이후로 예상된다. 화웨이 관계자는 “지난해도 2월말 엠더블유시 행사 이후 별도 언팩을 통해 트리플 카메라폰(P20 프로)를 공개했다”며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 악화에 빠진 애플은 폴더블폰, 5G폰 경쟁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폴더블폰은 아직 개발 소식이 없고, 5G폰도 통신칩을 공급하는 퀄컴과의 갈등으로 내년에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4G때도 다른 회사보다 1년가량 늦게 제품을 내는 등 느린 출시 전략을 펴 왔다. 피처폰 시절 ‘베컴폰’이라 불렸던 모토로라의 ‘레이저폰’도 내달 스페인 엠더블유시에서 폴더블폰으로 변신해 공개될 예정이다.
업체들의 새 제품 출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14억4천만대)보다 3.3% 줄어들 것으로 전망(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돼,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회사의 추격을 따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는 지역 맞춤형 중저가 제품을 다수 출시해 2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을 지켜나간다는 전략이다. 최근 적자폭이 확대된 엘지전자는 점유율 확대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엘지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3%대에 머물고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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