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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제기구도 선출권력도 아닌…‘다보스 엘리트계급’ 포럼 개막

등록 2019-01-23 17:09수정 2019-01-23 21:44

세계경제포럼, 22일 스위스 스키 리조트서 시작
1971년 이래 제49차 포럼…각국 주요 정상 불참
”돈·권력 가진 ‘다보스계급’ 로비 장소” 비판도
“금권권력자의 이해를 ‘전세계 공동가치’로 세탁”
참가멤버십 6만~60만달러…“포럼 폐기” 목소리
전 세계 정치·경제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2일(현지시각) 스위스의 유명 스키 리조트 다보스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1971년 제1회 포럼을 개최한 이래 이번이 제49차 연례 총회다. 국제기구도 아니고 선출된 권력도 아니면서도 전세계 부자들과 정치인들이 한데 모여 ‘글로벌 정치·경제 이슈와 어젠다’를 논의하는 토론장인 다보스포럼에 대해 ”돈과 권력을 가진 ‘다보스 엘리트계급’의 공허한 말잔치이자 로비 장소”라며 “포럼을 당장 폐기·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포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64개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40여개 국제기구 대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계 거물급 인사 등 총 3천여명이 참석했다. 350여개 공개·비공개 세션으로 구성된 올해 포럼의 전체 주제는 ‘세계화 4.0: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아키텍처 형성’이다.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창립자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의 교차로에 서 있다”며 “세계화 4.0은 사람을 기술의 노예가 아닌, 사람을 상호 연결된 세계의 중심에 놓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행사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이 영국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주요 정상들이 대거 불참했다.

다보스 포럼은 그동안 일관되게 ‘세계화’를 포럼 목표로 천명하면서 △평화를 위한 글로벌 차원의 대화·협력 △4차 산업혁명시대를 반영하는 경제의 미래 △신기술 관련 산업 시스템과 기술 정책·제도 개혁을 위한 대화 △지구 온난화 문제 등을 주요 주제로 다뤄왔다.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유명한 인사와 부자들을 스위스 다보스의 스키 리조트에 초청해 여는 행사다. 독일 태생으로, 당시에는 무명의 제네바대학 경영학 교수로 있던 슈밥은 1971년 세계경제포럼의 전신인 유럽경영포럼을 꾸렸다. 이후 자신의 유명인사 인맥을 총동원해 포럼 초청 대상자를 미국의 주요 기업 경영자로 확장하며 ‘권위’를 키워나갔다. 스톡홀름대학이 2018년에 펴낸 책 <현명한 파워: 세계경제포럼은 어떻게 글로벌 어젠다를 창조했는가>에 따르면, 그후 슈밥은 “글로벌 정치인들과 소수 유명인사들을 다보스 경영자 회의에 대거 참여시켜 마치 국제기구 유엔(UN)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 책은 “글로벌 거버넌스 및 정책형성이 기능 부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 포럼이 대안을 제공해왔다”고 평가했다. 성공이 또다른 성공을 낳으면서 포럼은 이제 막강한 권위를 갖게 됐고, “포럼 참여자들이 알프스에서 스키를 탄 뒤에 어깨를 맞대며 사교와 대화로 결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은 민간포럼일뿐이다. 유엔같은 국제기구가 가진 권한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포럼에 참여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갈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은 지난 21일 “이 포럼이 권위는 비록 연약하지만, ‘당신이 글로벌 명망가 목록에 오르고 싶다면 여기 다보스에 와 있어야 한다’고 표방해왔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관련해 어떤 구속력 있는 영향력도 갖고 있지 못하지만, 각국의 정부 수반이 매년 다보스에 참석하면서 “글로벌 권한을 행사하려는 야망을 가진 조직”이 되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포럼 폐지·반대”를 외치는 대중·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매년 다보스에 모여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 부자들을 위한 ‘친기업 포럼’인데다 그동안 포럼이 목표로 내건 ‘전세계 현재 상태의 개선’도 기만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보스포럼 반대 캠페인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스위스 엔지오단체 ‘퍼블릭 아이’의 올리버 클라센은 AFP 통신에서 “포럼은 항상 1천여개 기업의 후원금에 절대 의존하고 있다”며 “포럼 참가 멤버십은 6만달러에서 60만달러에 이른다. 슈밥은 이 막대한 참가비가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소를 제공한데 대한 정당한 금액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포럼을 맹렬히 비판해온 아난드 기리드하라다스 전 매킨지 컨설턴트(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도 AFP 통신에서 “다보스가 아이디어를 나누는 컨퍼런스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근본적으로 로비 장소일 뿐”이라며 “전세계의 수많은 국가를 부패하게 만들고 또 교활하게 조작해온 이른바 ‘다보스계급’을 위한 축제”라고 비난했다. 부자들과 권력을 가진 금권정치가들이 자신들의 편협한 이해와 가치를 ‘전세계 공동의 가치’로 완벽하게 세탁하는 포럼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 포럼은 중국시장에서 자사 제품 점유율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를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다보스 엘리트’들은 정작 자신들이 그럴 자격도 없고 관심과 이해도 별로 없으면서도 ‘세계 공동의 선’을 위해 일하는 척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포럼 강령으로 주창하고 있는 ‘세계화 4.0’이나 ‘제4차 산업혁명’은 실체도 묘연한데다 따분하고 소모적인 슬로건이며, 포럼 참가자들의 이해를 뒤에 숨기고 있는 포장된 구호일뿐이라는 얘기다. 기리드하라다스는 이어 “다보스 참가자는 순진한 사람부터 교활한 사람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에 다니는 누구도 자기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자들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지를 진정으로 묻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보스포럼도 골드만삭스 조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포럼 반대 시위가 2000년대 초부터 지속되면서 존폐 위협에 직면하자 슈밥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화를 모색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포럼을 시민사회그룹에 더 많이 개방하고, 비공개 포럼세션도 미디어에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포럼의 집행 책임자인 아드리안 몽크는 “‘수많은 포럼 참여자들의 책임과 의무’가 포럼의 기본원리”라며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그 자체가 글로벌 현안에 대한 의견·이해의 공유를 뜻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명한 파워>의 저자인 소르봄 교수(스톡홀름대)는 “누구나 이 포럼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무료 초청자가 아니라면 지나친 비판은 포럼장에서 배제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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