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영장을 읽는 도중 가져가는 행위는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하고 한 지방경찰청장에게 소속 경찰관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4일 결정문을 내어 “지방의 한 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진정인들이 영장을 읽는 중간에 회수해 간 것은 헌법이 보장한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배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히면서 이렇게 권고했다.
해당 경찰관은 지난해 1월27일께 ㄱ대학교의 한 사무실에서 ㄴ씨와 ㄷ씨의 휴대전화에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ㄴ씨와 ㄷ씨는 28쪽가량 되는 영장을 받았는데, 영장을 다 읽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관들에게 회수당했다. 당시 녹화영상을 보면 ㄴ씨는 1분40초 동안 10쪽, ㄷ씨는 1분 동안 2쪽을 읽고 영장을 뺏겼다. ㄴ씨와 ㄷ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내어 “(경찰이) 영장의 내용을 충분히 확인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읽는 도중 회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인들의 혐의와 관계없는 다른 피의자들의 범죄사실 내용까지 읽느라 시간이 지체돼 구두로 진정인들의 혐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줬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담당 경찰관들이 혐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줬다고 하나 압수 사유나 압수 대상 등은 25쪽과 28쪽에 기재되어 있다”며 “10쪽과 2쪽까지밖에 읽지 못한 진정인들은 관련 내용을 충분히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영장 제시 제도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경찰관들의 행위는) 적법한 영장의 제시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에 해당 경찰관들이 소속된 지방경찰청장에게 “소속 경찰관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피압수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영장 제시와 관련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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