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7일,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용산 전자랜드에서 다양한 제품의 에어컨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민간소비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며 13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하지만 ‘반짝 증가’에 그칠 우려도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2.8%로 2011년(2.9%) 이래 가장 높았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하강했는데도 실제로는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실질 성장률(2.7%) 중에서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1.4%포인트(원계열)다. 수출(성장 기여도 1.7%포인트) 다음으로 작년 성장률의 절반을 민간소비가 밀어 올렸다. 설비·건설투자가 감소하면서 총고정자본형성 항목이 성장률을 0.7%포인트 까먹었음에도 소비가 이를 만회하면서 성장을 이끈 셈이다. 작년 성장에서 민간소비가 기여한 비중은 2017년(성장률 3.1%, 기여도 1.3%포인트)보다 훨씬 높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넘은 건 2005년(소비증가율 4.4%, 성장률 3.9%) 이후 처음이다. 그 뒤부터는 건설투자나 수출 등이 성장을 이끌고 소비는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2012년부터 3년간은 1%대에 그쳤다. 그런 만큼 작년에 민간소비가 수출·투자 못지 않게 성장동력 중 하나로 등장한 건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물론 지표상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5년 2.2%, 2016년 2.5%, 2017년 2.6%로 완만하게 회복하는 추세다.
작년 민간소비 내역을 보면, 가전 등 내구재 증가율이 연간 6.2%로 높았다. 미세먼지 악화로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판매가 늘었고, 여름엔 폭염으로 에어컨이 많이 팔렸다. 건조기도 ‘워라밸’에 힘입어 판매가 늘었고, 상반기엔 수입차가 많이 팔렸다. 의류·가방 등 준내구재도 연간 5.9% 증가했다. 롱패딩 인기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엔 평창동계올림픽 효과가 있었다. 서비스 소비에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의료비 지출이 많았고,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오락문화도 소비가 늘었다.
지난해 일자리 증가폭이 크게 둔화하면서 소득 기반이 약화됐음에도 소비 증가세가 확대된 까닭으로 임금 상승과 정부 재정효과가 꼽힌다. 지난해 명목임금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큰 폭으로 올랐다. 1분기 7.9%(전년 동기대비), 2분기 4.2%, 3분기 2.9%다. 2016년(3.8%) 및 2017년(3.3%)에 견춰 꽤 높다. 지난해 9월부터 수조원가량 늘어난 정부 이전지출(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등)도 소비 여력을 확충시켰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류세 인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부 보조금,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등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 및 소비심리 부진의 영향을 정책효과가 상쇄한 셈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2019년 1월 소비자동향지수’(CSI)에서 소비지출 항목별 전망지수(기준=100, 조사 당시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를 보면 의료보건비(2018년 5월~1월 110~115)·주거비(103~108)·교통통신비(108~110)·교육비(101~106)는 높고, 여행비(88~98)·외식비(90~95)·의류비(96~101)·교양오락문화비(89~94)·내구재(93~96)는 낮다. 의료·주거 등 필수지출 중심으로 늘면서 소비가 ‘반짝 증가’에 그치고, 이에 따라 ‘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소비가 떠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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