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과 지역활성화에 기여하는 공공투자 사업을 선정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포함한 신속한 추진 방안을 강구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공공투자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인위적 경기 부양책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줄곧 거리를 두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선회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예타 면제를 먼저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에스오시 예산을 2017년(22조원)에 견줘 14%(3조원)나 삭감했다. “대규모 에스오시 투자는 하지 않겠다”던 대선 공약을 지킨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를 밑돌더니 7월과 8월에는 5천명과 3천명으로 급감하는 고용 침체가 이어지자 정부는 예타 면제 카드를 빼들었다.
예타 조사는 대형 에스오시 사업의 경제성·효율성과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사전에 면밀하게 따져 사업 추진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절차다. 다만 긴급한 경제·사회적 이유가 있거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사업 등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할 경우 예외적으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현재 대형 에스오시 사업 상당수는 예타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이들 사업의 예타가 면제된다면 건설 투자가 급물살을 탈 수 있고 최근 경기 부진과 고용 침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재정 지출 시 건설업 파급효과 비교 분석’ 자료를 보면, 건설부문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당 13.9명으로 전산업 평균 대비 1.08배 크고, 노동소득분배율(0.89)은 전산업 평균 대비 1.58배, 후방연쇄효과(1.18)는 1.25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정부는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선정하기 위해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해 지자체로부터 예타 면제 사업을 신청받았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구체적인 예타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에 예타를 면제하는데 그 지원사업을 2019년 1분기 안에 확정하고, 착수비용 등을 지원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지자체의 관심은 커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광역단체별로 1개씩 예타를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대감은 한층 고조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17개 시·도 지자체가 33건의 예타 면제 사업을 신청했다. 사업 대상은 고속도로·내륙철도·공항·창업단지·국립병원 등으로 규모는 60조원에 이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5년간(2014~2018) 에스오시 예타 면제 사업 규모(4조7천억원)의 약 13배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9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를 고려해 수도권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타당성 없는 에스오시 건설을 우후죽순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과거 보수 정부가 에스오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토건 국가’라고 비판했던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경실련은 지난 27일 성명을 내어 “지자체별로 한건씩만 예타 면제를 선정해도 최소 20조원, 최대 42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4대강 사업 등으로 60조원의 예타를 면제했던 이명박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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