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상 전문가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관세 부과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토론회 ‘2019 KIEP-ASPI 라운드테이블’이 끝난 뒤 <이코노미 인사이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쪽 수석대표였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미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무역확장법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까지 확대된다면 많은 이해 당사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물품 수입을 제한하고 최대 25% 관세를 물릴 수 있는 규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에 이 규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자동차 관세 부과와 관련해 조사결과 초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2월16일까지 최종본을 제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6일까지 최종 결정한다. 앞서 2018년 11월28일 GM 북미공장 폐쇄 방침이 발표된 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동차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 교역 상대국뿐만 아니라 미국 재계에서도 우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에 같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국내 생산의 33.4%, 전체 수출의 37.7%에 이른다. 25% 관세 부과 때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커틀러 부대표는 “미국과 한국은 FTA 개정 협상 때 관세를 면제하기로 합의했다”며 “동맹국과의 신뢰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관세 부과를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종결정을 내린 상황이 아니고,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커틀러 부대표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 류허 부총리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초청으로 1월30일부터 3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협상을 한다”며 “이 협상 결과 두 나라가 무역전쟁을 끝낼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오바마 행정부와 재계, 의회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를 인상해 정면으로 부각된 것일 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무역전쟁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무역전쟁에 따르는 관세 인상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노동자 농민 소비자가 타격을 받고 있다”며 “두 나라가 무역전쟁을 빨리 끝내 시장에 좋은 신호를 보내야 세계 경제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때 김종훈 당시 한국 쪽 수석대표와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협상 당시 커틀러 수석대표가 “(우리는) 전생에 어떤 일을 했기에 이처럼 힘든 걸 해야 하는가”라고 말하자, 김 수석대표가 “(로마) 검투사였다”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편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이혜민 전 G20 국제협력대사,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여해 한-미 FTA 재협상 이후 우리나라의 통상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글·사진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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