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매출 243조원, 영업이익 58조원의 실적을 거뒀다. 2년 연속 최고 실적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 44조원을 올린 게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가 마냥 기뻐할 상황은 아니다.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 1~3기 실적이 4분기 들어 크게 꺾였다. 신기록 주역인 반도체 사업의 매출과 이익이 4분기 들어 급감했고,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스마트폰 사업도 영업이익이 줄고 있다.
31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2018년 및 2018년 4분기 사업실적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43조77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 소폭 늘었고, 영업이익은 9.8%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에 매출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은 다달이 5조원 가까이 벌었다는 얘기다.
실적 신기록의 1등 공신은 반도체 사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매출 86조2900억원, 영업이익 44조5700억원을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반도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가량이지만, 영업이익은 4분의 3이 넘는다. 매출 대비 이익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도 51.7%에 이른다. 2017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이어진 이른바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 덕분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내림세였다. 매출액 59조2700억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10%, 18% 줄어든 규모다. 삼성전자는 2017년 4분기 매출 65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15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1등 공신’인 반도체 부진이 급격히 진행됐다.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8조7500억원, 영업이익 7조77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실적이 24%, 43.1% 감소했다. 2017년 4분기부터 이어오던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이상’ 흐름이 네 분기만에 깨졌다. 삼성전자는 “인터넷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를 조정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사업도 내림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IM)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3조3200억원, 영업이익 1조5100억원을 올렸다. 전년도 4분기 매출 25조4700억원, 영업이익 2조4200억원보다 8.5%, 37.6% 감소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이익이 2조원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태를 겪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부문이)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맹추격도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주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주춤했던 추세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지만 하반기부터 개선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가운데 메모리와 올레드(OLED) 수요 약세가 전망된다”며 “전체 실적은 하락하겠지만 하반기에는 메모리와 올레드(OLED) 등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 구조를 비메모리 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일 홍영표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비메모리 분야에서 2030년까지 1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처럼 물량을 쏟아붓는다고 쉽게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아, 이 부회장도 장기적인 목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에 쫓기는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올해 2월 공개할 갤럭시에스10(S10)과 폴더블폰의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CE(가전) IM(모바일), DS(반도체·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