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수탁자책임전문위원 ‘프록시 파이트’ 선언
불법비리·갑질 논란 재벌총수 상대로 사상 처음
불법비리·갑질 논란 재벌총수 상대로 사상 처음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을 막기 위해, 오는 3월 말 주총에서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표 대결을 벌이는 ‘프록시 파이트’(위임장 대결)가 이뤄진다. ▶관련기사 8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주도하는 민간 전문가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전문위)의 이상훈 위원(변호사)은 6일 <한겨레>와 만나 “대한항공이 조양호 회장을 이사로 재선임하려고 한다면, 개인 자격으로 주주들의 반대표를 모아서 3월 주총에 직접 참석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며 프록시 파이트를 공개 선언했다. 프록시 파이트는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의 한 유형으로,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연금 수탁자전문위는 지난달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을 사실상 반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반대만으로는 반대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대한항공 이사 연임은 정관상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므로, 주총 참석률을 70%로 가정할 경우 국민연금 보유 지분 11.7% 외에 11.6% 추가 지분을 확보해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을 저지하겠다는 것이 이 위원의 계획이다.
불법·비리와 갑질을 저지른 재벌 총수의 이사 선임에 대해 프록시 파이트가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또 현직 국민연금 수탁자전문위 위원이 프록시 파이트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민주노총 추천을 받아 수탁자전문위에 참여한 이 위원은 재벌개혁운동을 벌여온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사회복지분야 법률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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