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국자들의 걱정거리이자 경제학자들의 의문점 가운데 하나는 경기지표와 체감경기가 갈수록 따로 논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몇년째 1%대 언저리 낮은 수준이라며 한숨짓는데, 언론에서는 ‘물가가 올라 시장가기 겁난다’는 주부의 한숨소리가 넘쳐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2.7%)을 두고서도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인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커져만 간다.
이런 경기지표와 체감경기 격차는 왜 일어날까? 한은 조사국 김형석 차장·충북본부 심연정 조사역은 이 문제를 분석한 ‘경제 내 상대적 격차에 따른 체감경기 분석’ 보고서를 11일 내놨다. 이들은 객관적·주관적 지표를 더해 ‘상대체감지수’를 만들었다. 우선 국내총생산(GDP) 등이 전체 평균밖에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각 경제 안에서 상대적 격차를 보여줄 수 있는 국민계정 내 다섯가지 격차지표(업종별 생산 격차·기업규모 간 가동률 격차·업종별 소득 격차·생활물가 격차·실업률 격차)를 발굴했다. 여기에 다섯가지 격차들이 2000년 이후 각각 소비자심리지수(CCSI)·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하고 더했다. 객관적 격차 지표에 설문을 통해 파악되는 주관적·심리적 지표를 더한 셈이다. 실업률의 경우, 청년층(15~29살) 실업률과 전체 실업률의 격차, 가동률은 전체 가동률과 중소기업 가동률 격차가 소비자심리지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하고 가중치를 반영해 다른 요소들과 더하는 식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산출된 상대체감지수는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는 국내총생산 증가율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2014년 이후 괴리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 체감지수는 2008년 1분기~2009년 3분기 마이너스(2010년 1분기=0)였다가 이후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2015년 1분기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4년 가까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김 차장은 “국내총생산 증가율 등 거시경기지표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지만 상대체감지수는 (최근 4~5년) 지속해서 하락했다”며 “다섯가지 격차 가운데서도 실업률 격차와 가동률 격차가 상대체감지수 하락의 주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체 평균(경기지표)은 박스권 횡보를 이어갔지만, 기업간·세대간 양극화가 체감경기 하락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체감경기 악화가 한국경제의 장기적·구조적 문제점으로부터 기인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구진들은 “체감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기대응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경제주체 간 상대격차 축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연구 결과”라며 “청년층 고용 여건 개선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발전, 미래지향적인 산업구조조정에 의한 업종 간 생산격차 완화 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의 한계점도 지적된다. 소득의 경우 가장 큰 격차 요인인 대·중소기업 또는 정규직·비정규직별 차이가 아니라, 업종별 평균소득 격차를 활용한 게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 차장은 “(한은이 산출·관리하는) 국민계정 자료를 기본으로, 분기별 자료가 있는 것들로 분석하다 보니 (소득격차 확대가 체감경기 악화에 영향이 별로 없다는) 일반 상식과는 좀 떨어진 결론도 도출됐다. 이번은 첫 시도일 뿐, 앞으로 (다양한 자료 등에 바탕해) 더 정밀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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