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음달까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확정하기로 하고, 유치 의사를 밝혀온 지역 및 하이닉스 등 입주 관련 기업들과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부지 선정 절차는 정부가 업계 및 지역과 협의를 거쳐 먼저 입지를 결정하고 나면 하이닉스가 해당 부지에 대한 투자에 나서는 순서로 이뤄진다. 하이닉스가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관련 서류에 특정 지역을 사전 명시하지는 않은 셈이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수도권’에 대한 선호를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업계 관계자는 18일 “반도체협회와 협력업체들은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경기 남부지역을 선호하고 있다”며 “우수인재 확보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협력업체와의 협업 생태계 조성에서 미흡한 곳으로 결정되면 투자 규모 등을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입지 결정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적기에 대규모 투자와 차세대 기술선점을 지원해 추월 불가능한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할 필요성”을 내걸고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신규 조성’을 발표한 바 있다. 하이닉스 등 민간이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제조·연구·인력양성이 집적된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클러스터 입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치를 원하는 지역과 하이닉스, 그리고 소재·부품·장비 등 입주업체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경제부총리가 최근 올해 1분기 안에 부지를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대-중소 상생 등 클러스터 조성 목적이 최적 달성될 수 있도록 후보 부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는 경기 평택·수원·기흥·이천 등 기존 반도체 협력업체들이 몰려 있는 지역 주변으로 입지가 결정돼야 경쟁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수도권 지역이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우며 유치를 희망하지만 경쟁력 등 경제 논리로만 보면 수도권 입지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정부·업계의 협의가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비수도권으로 결정되면 하이닉스가 투자를 결정하고 부지 매입에 나서면 되지만, 수도권으로 정해지면 (특별)물량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경기도 공장건축허용총량(2018~2020년)은 485만㎡로 묶여 있고, 대부분의 물량은 입주계획이 이미 확정돼 있다. 수도권으로 부지가 결정되면 산업부 장관이 수도권정비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 공장부지 ‘특별물량’ 배정을 신청하는 방식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클러스터에는 반도체 팹(생산공장) 4개와 부품·소재 협력업체 50여곳이 입주할 것으로 알려진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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