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특혜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 거래공급사에 재취업한 퇴직자에 대한 등록·관리제도를 도입해, 거래공급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포스코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이 추진 중인 경영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13일부터 포스코에 설비와 자재를 공급하는 650여개 거래공급사들에 ‘퇴직 임직원 채용 및 근무 정보 등록관리제’ 도입을 통보했다. 포스코는 거래공급사들에 이달 22일까지 누리집을 통해 포스코 출신 채용자 이름, 근무지, 근무시작일, 포스코 최종 직책과 부서, 퇴직연월 등 관련 정보를 입력하도록 요청했다.
거래공급사가 포스코에 납품하는 물건은 제철소의 용광로부터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장갑까지 다양해 금액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퇴직 임직원에 대한 특혜 시비를 원천 차단하고 부당한 혜택제공을 근절해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정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그동안 거래공급사들이 퇴직 임직원의 영향력을 거래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포스코 전직 임원은 “일부 고위 임원은 포스코와의 거래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래공급사에서 정식으로 일하지 않으면서도 법인카드를 사용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권오준 전 회장은 이 때문에 수의계약 방식 대신 100% 경쟁구매 입찰 방식을 도입했다. 최정우 회장도 지난해 취임 직후 100대 경영개혁 과제에 퇴직 임직원 정보 등록제도를 포함시켰다. 포스코 설비자재구매실 관계자는 “포스코 출신 임직원이 근무하는 거래공급사와의 거래액이 갑자기 늘어나는 등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이상 여부를 체크하고 관리할 방침”이라며 “거래상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제공된 정보는 대외비로 관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래협력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포스코 출신 퇴직자가 근무 중인 거래공급사의 한 대표는 “포스코가 그동안에도 100% 경쟁입찰을 했는데 무슨 특혜가 있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말로는 자발적 참여라고 하지만 포스코의 요청을 거절할 공급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포스코가 요구한 ‘개인정보 수집 및 제3자 동의서’ 요청도 사실상 반강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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