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실업자 수가 한 해 전보다 20만4천명 늘어 122만4천명을 기록했습니다.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많은 언론이 이를 두고 최악의 고용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실업자가 늘었다는 건 분명 어려운 고용 사정의 증거로 받아들일 만합니다. 다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실업자 수에 영향을 끼치는 배경을 이해하고 좀 더 신중하게 지표에 접근할 것을 주문합니다. 무엇보다 섣부른 ‘실업자 수 줄이기’ 정책으로 실업과 불안정 노동 사이를 오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유지하기보다 ‘실업자 지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실업자 수는 꾸준히 역대 최대
실업자 수 추이를 보면 2014년(93만9천명)부터 지난해(107만3천명)까지 5년째 매년 증가했습니다. 특히 2016년(100만9천명)부터는 조사가 시작된 2000년(97만8천명) 이래 최고치 기록을 해마다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 실업자 수’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추세적인 실업자 증가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여성과 고령층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실업자가 증가했습니다. 실업자는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집계합니다. 따라서 그동안 학업·은퇴·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이들이 구직활동에 나서면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고령화로 60살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2014년 이후 매년 20만명 안팎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경제활동인구가 전년보다 14만8천명 늘어난 데 견줘보면 엄청난 증가 규모입니다. 이에 따라 고령층 실업자 수도 지난해 13만9천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3년(6만1천명)의 갑절이 넘습니다. 과거와 같이 ‘노후=은퇴’라는 공식이 이어졌다면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했을 고령층이, 일자리 전선에 뛰어들면서 전체 실업자 수도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례적으로 실업자 수 증가폭이 컸던 지난 1월 60살 이상 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 수는 각각 1년 전보다 40만2천명, 13만9천명 증가했습니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이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노인일자리 구직)를 더욱 활발하게 만든 영향입니다.
그동안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돼 있던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흐름도 최근 몇년째 이어집니다. 지난해 남성 경제활동인구가 2만7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12만1천명 증가했습니다. 여성 실업자 증가폭(2만7천명) 역시 남성 실업자 증가폭(2만3천명)을 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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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부의 고용보험, 구직훈련 확대 같은 실업자 지원 정책도 실업자 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구직활동을 대가로 수당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던 이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구직에 나섰지만 취직이 되지 않으면 실업자로 집계됩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청년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 대해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취업성공패키지 등 정부의 청년 구직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실업 증가에도 고용보험 가입 범위 확대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 대책이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특성뿐 아니라 지난해엔 ‘중년 실업자 증가’라는 새로운 현상까지 더해졌습니다. 40대와 50대 실업자 수는 지난해 각각 2만명, 2만4천명 늘었습니다. 경기 둔화에다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 변화가 급격히 진행된 탓입니다. 그동안 실업과 관련해 ‘청년의 생애 첫 일자리 찾기’(청년실업) 문제만 집중적으로 다뤄졌다면, 최근 들어선 ‘중년 이상 연령대의 재취업’이라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던져진 셈입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15~64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주목하며, 최근 실업자 수 증가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이 2017년 낸 보고서를 보면, 우리보다 앞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겪었던 나라들은 통상 단기적으로 경기위축과 더불어 실업자 수 증가를 경험했지만 이후 노동력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우선은 고령화로 인한 수요부진이 먼저 나타나 당분간 실업률 증가가 이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과는 반대로 노동력 부족을 우려해야 하는 시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실업자 줄이기보다 실업자 지원이 중요한 이유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노인·여성 실업자, 지난해 새로 떠오른 중년 실업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기서부터 정부는 어떤 노동정책 방향을 선택할지 고민에 빠집니다. ‘실업자 수를 줄일 것인가, 실업자 지원에 힘을 쏟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실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합니다. 고용보험 확대, 한국형 실업부조 등 실업자 지원 정책은 위에 설명한 대로 당장 실업자 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급한 대로 일단 구하기 쉬운 일자리’로의 취업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기간, 괜찮은 일자리에 맞춰 기술을 습득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한 정책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구직급여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9년 구직급여 소정급여일수가 240일이었던 수급자는 이후 3년 내에 10.8%만 다시 구직급여를 수급했습니다. 반면 급여일수가 90일이었던 수급자들의 경우 재수급 비율이 23.5%로 뛰었습니다. 구직기간을 짧게 두고 취업할수록 새로 구한 일자리가 그만큼 불안정해 다시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박성희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여전히 구직급여 기간이 너무 짧은 상황인데, 어느 정도 구직기간 없이 급하게 취직할 경우 불안정 고용과 실업을 오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더군다나 최근 일자리 사정은 공공 일자리를 빼고 나면 그동안 노인이나 신규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취업해 온 비숙련·저임금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인·여성을 대상으로 정부가 그동안처럼 단순노동 위주의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새로운 우려를 낳습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하는 순간, 어느 정도 훈련된 고령층과 새로운 여성 노동력이 그 부족을 메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령층과 여성이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 숙련을 쌓지 못하고 단순 일자리에만 맴돈다면, 향후 산업현장에서 숙련노동자 부족 현상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중년층 제조업 실직자나 자영업 폐업자들의 경우에도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달라진 환경에 맞춰 새로 기술을 습득하거나 창업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단순히 실업자 수 증감을 양적으로 따지기보다 앞으로 산업과 노동수요 전망에 맞춰 현재 실업자를 어떻게 지원하고 어떤방향으로 재훈련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인 셈입니다. “그동안 늘어나는 노동공급을 질 낮은 일자리로 해소하며 실업자 수를 관리하고 취업자 수를 유지해오던 부분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구직 시간을 주는 정책과 함께 그 기간 동안 이뤄지는 훈련을 내실화해야 한다”(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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