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국적항공사가 보유한 생산된지 20년이 넘은 노후 항공기 비율이 최근 급격히 올라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노후 항공기 현황을 일반에 공개하고 안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기준 9개 국적사 보유 항공기 398대 가운데 기령 20년을 초과한 노후 항공기가 41대(10.3%)에 이른다고 25일 밝혔다. 기령 20년 초과 노후 항공기는 2015년 전체 327대 가운데 13대(4.0%) 수준이었지만 2016년 348대 가운데 17대(4.9%), 2017년 369대 가운데 28대(7.6%) 등 빠른 속도로 비중이 늘고 있다.
항공사 별로는 아시아나항공이 노후 항공기를 19대(여객기 9대, 화물기 10대) 보유해 국적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어 대한항공 15대(모두 여객기), 이스타항공 3대(모두 여객기), 에어인천 3대(모두 화물기), 티웨이항공 1대(여객기) 순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여객기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이치엘(HL)7247’과 ‘에이치엘(HL)7248’ 항공기로 나타났다. 이들 항공기는 모두 미국 보잉사가 생산한 ‘비(B)767’ 기종으로 각각 25년2개월, 23년6개월째 운항 중이다. 화물기 가운데는 에어인천이 보유한 ‘에이치엘(HL)8271’ 항공기가 27.6년으로 가장 오래됐다.
정부가 이들 항공기의 정보를 공개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이유는 기령 20년 초과 항공기에서 정비요인에 의한 지연, 결항 등 비정상운항이 잦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가 2017~2018년 항공기 기령에 따른 고장 현황을 파악해 본 결과, 기령 20년 이하 항공기의 정비 요인으로 인한 회항 건수는 0.17건에 불과했는데, 기령 20년 이상 노후 항공기는 0.32건으로 두배에 가까웠다.
또 지난해 김포-제주 노선에서 발생한 정비 요인에 의한 지연(30분 초과) 현황 역시 20년 이하 항공기는 건당 평균 77.5분에 그쳤지만, 노후 항공기는 건당 100.5분으로 집계됐다. 승객 안전과 편의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이에 정부는 기령 20년 초과 노후 항공기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하고 각종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정부는 노후화에 따라 고장이 잦은 전기배선 등 부위에 대한 특별정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결함률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노후 항공기는 즉시 비행 스케줄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또 정비 분야 항공안전감독관 가운데 이들 노후 항공기 전담 감독관을 지정해 연중 상시점검도 실시한다.
정부는 특히 항공사별 노후 항공기 보유 대수와 기령, 각 노선별 노후 항공기 투입 횟수 등을 국토부 누리집에 게재하는 등 정보공개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노후 항공기를 운항에 투입할 경우, 이 사실을 승객들에게 사전에 알리도록 하고, 승객이 탑승을 거부할 경우 환불 또는 대체항공편을 제공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5년 노후 항공기 자발적 송출협약을 체결해 항공사가 스스로 노후 항공기를 송출하도록 독려했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항공사들이 노후 항공기를 운용하려면 완벽한 정비와 안전투자를 통해 기령이 낮은 항공기와 결함률 차이가 없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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