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과 직원 노조, 공공운수 노조,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국민연금 노조, 민주노총 등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2019년 대한항공 주주총회,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주주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선임에 반대하기 위한 ‘위임장 대결’을 선언했다.
참여연대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을 막기 위해 3월 말 주총에서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표 대결을 벌이는 ‘프록시 파이트’(위임장 대결)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정상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조 회장 일가는 각종 갑질과 불법·편법 혐의로 대한항공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해 대한항공 이사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주장다. 참여연대의 위임장 대결에는 국민연금 노조, 대한항공 직원노조(위원장 박창진 전 사무장), 조종사 노조, 공공운수노조,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민주노총도 함께 할 계획이다.
민변도 4일 전체 집행위원회를 열고 민변 명의로 직접 ‘위임장 대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의 이상훈 위원(변호사)이 지난달 6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위임장 대결’ 추진을 선언한 데 이어 대표적 시민·전문가단체인 참여연대와 민변이 위임장 대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조양호 대한항공 경영진 축출’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불법비리와 갑질을 저지른 재벌 총수의 이사선임에 반대해 위임장 대결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오는 11일 대한항공의 주총 안건 공시 직후 금융감독원에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신고를 하고,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조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권유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참여연대는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모두 만나 조 회장 이사선임 반대에 동참할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너무 많은 계열사의 이사를 맡아 제 역할이 어렵다는 이유로 최근 3년간 계속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선임에 반대해왔고 배임·횡령과 갑질 사건까지 터진 상황이어서 이번 주총에서도 이사선임에 반대하는 게 유력하다. 국민연금도 11일 대한항공이 주총 안건을 공시한 직후 회의를 열어 공식 입장을 결정하고 이를 공시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이사 연임은 정관상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주총 참석률을 70%로 가정할 때 국민연금 보유지분 11.7% 외에 11.6%의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이사 재선임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20%를 넘는 외국인 지분이 ‘조양호 대한항공 경영진 축출’ 성사 여부의 키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주총일은 오는 27일로 예정되어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기내면세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체에 196억원의 ‘통행세’를 갈취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회삿돈 17억원을 횡령한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조 회장은 2009년 이후 10년 간 모친 등 3명을 정석기업 직원으로 허위로 올려 20억원을 챙기고, 이른바 ‘사무장 약국’을 운영해 1522억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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