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근 미세먼지 최악 상태가 지속되면서, 공기청정기 제조사들이 대목을 맞았다. 판매량이 전년보다 3~7배 늘고 공장을 최대로 가동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비중이 높은 일부 회사의 경우 일주일 새 주가가 20~30%나 뛰었다. 우울한 활황이다.
삼성전자는 7일 이달 들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1~2월까지 합하면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5배 정도 늘었다. 삼성전자는 공기청정기 생산라인을 모두 가동 중이지만 만드는 족족 동나고 있다. 엘지(LG)전자도 사정이 비슷하다. 3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늘었다. 일부 인기 모델의 경우 주문에서 배송까지 7일이나 걸린다. 일반 제품의 평균 주문·배송 기간인 2일보다 닷새나 더 걸린다.
중저가대 공기청정기 강자인 위닉스도 공장을 쉬지 않고 가동하고 있다. 1~2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68% 증가했고, 홈쇼핑에서는 계획의 300~500%가 판매되고 있다. 대유위니아는 이달 1~5일 닷새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85%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주보다 245%나 증가했다. 닷새 중 3일이 휴일이었음에도 유례없는 판매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품절 사태는 아니지만 이런 최악의 사태가 좀 더 지속되면 물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나 공공기관 설치 등이 늘면서 대형 공기청정기의 비투비(B2B)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비투비 판매가 3배 증가했다. 최대 용량 제품이 76㎡(23평형)였던 위닉스는 곧 109㎡(30평)대 제품을 공개한다. 엘지전자는 올해 스타벅스에만 132㎡(40평) 이상 면적에 쓸 수 있는 수천대의 공기청정 시스템을 납품할 예정이다.
공기청정기 비중이 높은 회사들의 주가도 이달 들어 20~30% 급등했다. 위닉스는 지난달 말 주가가 1만5250원에서 지난 6일 1만8300원으로 20% 올랐다. 대유위니아 역시 지난달 말 2755원에서 6일 3625원으로 31.6% 급등했다.
이런 판매 호조세는 4~5월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기간은 4~5월이었다. 대유위니아는 “지난해 연간 판매 데이터를 보면 4월과 5월에 연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며 “여름 전에 황사까지 겹쳐 올 수 있어 공기청정기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 250만대에서 올해 35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연간 100만대가 팔리면 필수 가전으로 보는데, 공기청정기는 진작 필수 가전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위닉스 등 3개 회사가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00만대가 늘어나는 만큼 순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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