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안재승 <한겨레>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당분간 유지하되, 공제율과 공제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가 올해 말 폐지(일몰)를 앞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 일몰을 연장하는 방향을 대전제로 개편 여부와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최근 신용카드 소득공제 논란과 관련해 증세 목적이나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이 제도의 축소 폐지를 검토한다는 일각의 지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 제도로 운영돼 온 만큼 일몰 종료가 아니라 연장돼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개편 여부와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어 “지난해 정기 국회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1년 연장하면서 종합적 검토를 거쳐 금년에 (축소 폐지)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국회 부대의견이 채택된 바 있다”며 “이에 따라 금년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소득공제 범위 및 공제율 축소를 포함해 제도 개편을 검토하되, 한시적으로 소득공제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연간 급여액의 25%를 초과한 신용카드 사용금액의 15%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는 23조9천원에 달했다. 또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혜택을 본 사람은 968만명에 이른다. ‘유리지갑’ 직장인이 가장 손쉽게 이용해 온 소득공제인 셈이라 제도 폐지의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제도는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신용카드 사용을 독려하고 자영업자의 세원을 투명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에도 3년을 한도로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2002년 일몰 기한이 다가오자 3년 더 연장됐고, 지난해까지 모두 8차례 제도가 연장됐다. 직장인 등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이미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팽창해 더는 이를 독려할 필요가 없고,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 역시 상당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범위한 소득공제 활용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인한 조세지출이 지난해 2조400억원으로 추정되는 등 매년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이에 조세재정연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은 장기적으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유지되더라도 공제율 및 공제한도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제도 개편 방향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어느 정도 목적 달성이 됐으니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고, 당분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올해 정도에는 진중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당초 설립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해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단계적인 공제한도와 공제율을 축소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노현웅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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