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회사인 달든 인베스트먼트의 임성윤 시니어 애널리스트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재인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았는데, 실망이 큽니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달튼 인베스트먼트(이하 달튼)의 임성윤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11일 <한겨레>와 만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인 낮은 자본(투자) 효율과 소극적 주주환원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했지만 시행 의지가 약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에 비해 낮은 현상을 뜻한다.
임 애널리스트는 “한국 주식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돼, 80%의 상승 여력이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최근 5년(2013~2017년) 동안 1 수준(MSCI 기준)에 불과한 한국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순자산 대비 주가 비율)을 대만 수준(1.8배)으로 높이면 1250조원의 시가총액 증가가 가능하고, (주가 상승과 배당 확대를 통한 소비 증가로) 소득주도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튼이 추정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효과는 올해 정부 일자리 예산(22조9천억원)의 54개년치에 해당한다.
달튼은 2월20일 정부·국회·국민연금에 배당소득 분리 과세, 지배주주 견제를 위한 상법 개정,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 방안을 제안해 화제가 됐다. 달튼의 제안에 밸류파트너스, 케이씨지아이(KCGI) 등 국내외 4개 펀드·투자회사가 동조했는데, 이들의 총 운용자산은 달튼의 4조원을 포함해 50조원 규모다.
달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낮은 자본(투자) 효율성이라는 경영상 문제와, 저조한 주주환원율(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과 자사주 매입 합산액)을 꼽았다. 임 애널리스트는 “한국 상장사의 최근 5년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이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제외하면 7%에 불과한데, 이는 다른 나라의 12~14%에 비해 매우 낮다”며 “주주환원율도 한국이 18%로 미국 97%의 비해 5분의 1에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은 경영을 못해 이익이 적고, 그나마 이익이 나도 주주와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그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 전망에 대해 “20% 이상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키를 쥐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아이에스에스(ISS) 등 의결권 자문기구의 의견을 중시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의결권 자문기구가 이사 선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에 반대하며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표대결을 벌이는 ‘프락시 파이트’(위임장 대결)를 선언한 상태다.
임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하지만 결국 배당 확대가 목적 아니냐는 질문에는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먼저 투자를 잘해서 이익을 제대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를 안하려면 배당이라도 제대로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고용·배당도 안 한 채 내부 유보금을 수백조원씩 쌓아놓고 있다는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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