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 대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유럽연합(EU)이 한국을 조세 비협조지역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한국 정부가 특혜 논란을 빚은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 제도’를 올해 폐지한 데 따른 조처다. 한국은 2017년 12월 유럽연합이 발표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유럽연합 경제재정이사회가 한국을 조세 분야 비협조지역에서 완전히 제외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경제재정이사회는 28개 회원국 경제·재정담당 장관이 참여하는 최고 의결 기구다.
2017년 12월 유럽연합은 한국 등 17개국을 조세 비협조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의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제도가 비거주자에게만 적용돼 유럽연합의 공평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한국은 외국인 기업이 특정 신기술을 가지고 국내에 들어오거나 경제자유구역 등에 입주할 경우 법인세 등을 5~7년간 50~100%까지 감면해주고 있었다. 유럽연합은 국내외 기업 간 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차별에 해당하는 유해한 제도라고 지적하며, 이 제도를 바꾸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어느 정도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로선 유일했다.
기획재정부는 블랙리스트 포함 직후 “유럽연합이 조세 주권을 침해하고 국제기준을 위반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이후 국내 외국인투자 제도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2018년까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유럽연합은 지난해 1월 한국을 블랙리스트보다 한 단계 낮은 ‘제도개선 약속지역(그레이 리스트)’으로 바꿨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계부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기존 외국인투자 제도의 실효성을 검토했고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신성장산업·투자·일자리 중심으로 ‘투자유치 지원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했다. 이 개편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 제도는 올해 1월부터 사라졌다. 다만 국제기준에 맞는 관세 및 지방세 감면은 유지했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개선 내용을 유럽연합 쪽에 통보해 이번에 조세 비협조지역에서 완전히 이름을 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유럽연합의 결정은 그간 한국의 국제기준 준수 노력을 국제사회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정부는 내·외자본간 과세형평을 제고하고 국제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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