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구성될 이사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 지명된 사외이사 후보자들의 독립성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형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이번 삼성전자 주총의 주요 안건 중 하나는 사외이사 선임이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 6명, 사내이사 5명 등 11명으로 이사회를 꾸린다. 이번 주총에서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재선임)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등 3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독립성 우려가 나오는 사외이사는 박 전 장관과 안 교수이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박재완 후보는 사외이사로서 특수관계 법인에 재직 중이므로 독립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삼성그룹의 공익법인인 성균관대 소속 현직 교수(행정학)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해당 회사, 계열회사, 기업 총수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영리법인의 상근 임직원 또는 비상임 이사 등’의 경우 당 연구소의 사외이사 결격 요건에 해당한다”며 박 전 장관의 선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박 전 장관은 2016~2017년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단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박 전 장관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중·고교·대학 후배다. 심지어 장 전 사장에게 지인의 추천서를 부탁한 사실 등이 이른바 ‘장충기 문자’를 통해 드러나기까지 했다.
안 교수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서스틴베스트는 “안 후보가 사외이사로서 동 회사의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보수 이외의 대가를 받아 사외이사의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가 대표를 맡은 사회복지법인 라파엘클리닉은 2017년 제27회 호암상을 받았는데, 당시 주최 쪽인 호암재단은 상금 3억원과 순금 50돈(880만원 상당)을 줬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요 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8.95%)은 전날 기금운용본부 누리집을 통해 해당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낼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번 주총 선임 대상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사내이사 5명 중 2명이 형사재판을 받는 등 이례적 상황을 맞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 혐의로 현재 3심 재판을 받고 있고, 이상훈 이사회 의장은 삼성전자 서비스노조 와해 사건의 주요 피의자로 지난해 말 재판에 회부됐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처음 선임됐으나, 그 직후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사회 참석을 비롯해 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상법이나 삼성전자 정관은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도 이사직 수행을 제한하지 않지만, 대다수 금융사와 에스케이텔레콤(SKT) 등은 유죄가 확정되면 이사직을 그만둬야 한다. 2005년 제정된 삼성전자 행동 규범(임직원 윤리강령) 1조는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이며 이 규범은 ‘국내외 전 직원과 협력사, 자회사 직원 등에 모두 적용된다’고 돼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는 “독립성이 우려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가 등기이사가 되는 것은 삼성전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며 “주총 때 주주들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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