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기한이 만료된(일몰) 조세감면 제도를 폐지하거나 고친 비중이 이전 정부에 견줘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세수입에 견줘 세금을 깎아준 규모도 ‘감세 정책’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만에 법정한도를 뛰어넘었다. 정부의 이념과 정책방향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조세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가 이전 보수정부보다 더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19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보면, 지난해 기한이 만료된 조세감면 제도 89개 가운데 정비(폐지나 재설계)가 이뤄진 것은 13개로 15%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30%)과 2016년(32%)에 이 비중이 30%를 웃돌았던 것에 견주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꾸리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금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이는 정책을 그만큼 많이 이어갔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가 깎아주는 국세는 한해 전보다 13.3% 증가한 47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국세수입에 견준 국세감면율은 13.9%다. 법에 정해진 국세감면한도(직전 3개 연도 평균 국세감면율+0.5%포인트)인 13.5%를 넘어섰다. 국세감면한도 초과는 세계 금융위기 과정에서 감세 정책이 시행됐던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에 대해 이재면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올해 국세감면율 증가분의 1%포인트는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EITC) 때문”이라며 “조세감면 제도 정비가 줄어든 것은 이전 정부에서 정비가 상당 부분 이뤄져 서민이나 중산층을 위한 세제감면처럼 정비가 어려운 제도만 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조세지출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포용적 복지국가’에 역행하는 감세 정책으로 간주된다. 정부가 깎아주는 세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재정여력이 줄어 복지 확충 등 중장기적인 국가의 역할도 미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조세감면을 연장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당정청협의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3년 동안 연장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대한 ‘조세특례 심층 보고서’를 보면, 이 제도로 인해 2016년 기준 1천만원 이하 소득자의 1인당 세액은 5만3천원 줄어든 반면 5억원 초과 소득자의 1인당 감면 세액은 106만6천원에 이르렀다.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가 서민을 위한 소득지원제도로 탈바꿈한 셈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각에서 조세를 낮춰 서민들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조세 감면 대상에는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중소기업이 배제되고 소득이 높을수록 혜택도 많이 받는 역진적인 부분도 상당해 재분배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그동안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세수 확충 대신 의존해온 초과세수마저 올해부터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하고 있다. 초과세수 없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선 국가채무비율 상승을 감내하거나 증세에 나서야 한다. 현재까지 정부는 두 선택지 모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초기부터 조세감면 정비나 점진적인 증세에 나서지 못한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조세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는 뚜렷한 증세나, 조세체계 개편, 비과세·감면 정비가 없었는데 최근 오히려 감세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전 정부에 견줘서도 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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