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앞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투자를 하려면 최정호 후보자처럼 하라.’ 최근 부동산 관련 카페 등에서 유행하는 댓글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통해 서민 주거권을 보장해야 할 주무부처 수장이 ‘투기 장관’이라는 조롱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25일 열리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무엇보다 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세종시에 ‘2주택 1분양권’을 보유하고, 집값 상승으로만 수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후보자는 개각을 위한 청와대 인사검증을 앞둔 지난달 중순 자신이 살던 분당 아파트를 딸 부부에게 증여하고 곧바로 이들과 임대차 계약(보증금 3천만원, 월세 160만원)을 맺어 ‘꼼수 증여’ 논란에 휘말렸다. 부인이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사들여 분양받은 잠실 소재 아파트에 대해서는 ‘갭투자’와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이 아파트의 현재 호가는 13억원이 넘는다. 이미 강남과 분당에 2주택을 보유한 상황에서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세종시의 아파트를 추가 분양받은 사실 역시 무주택 서민들의 박탈감을 자극할 만한 대목이다. 야당은 최 후보자의 투기 의혹에 대해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정도 심각한 문제를 체크하고 통과시켰다면 중증의 도덕 불감증에 걸린 것 아닌가 (싶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우리 당으로서는 최 후보자의 전문성을 부각할 계획이지만 부동산 투기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과 정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최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우리 사회 부동산 문제의 부조리가 이번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 속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며 국회의 철저한 검증을 주문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도 지난 22일 최 후보자에게 각종 투기 의혹에 대한 입장과, 장관 업무 적격성과 정책수행 의지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현재까지 제기된 최 후보자의 투기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진 않은 단계”라며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뒤 업무수행 적절성 여부 등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보다는 주로 철도·항공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최 후보자의 공직 경로가, 주거안정을 1순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국토부 장관 업무에 걸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24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으로서 부처 업무 전반과 법령·예산 등을 다뤘으며, 토지정책팀장 등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도 추진한 바 있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주택 전문가, 업계 등과 활발히 정책 교류를 하고 내부 직원들과도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정리하고자 하는 생각에 지난해 11월 잠실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분당 아파트도 정리하려는 방안을 고민하다 증여를 하게 된 것”이라며 “자녀의 학교 통학 등을 감안해 실거주할 목적으로 구입했지만 이유가 어쨌든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보유하게 된 점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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