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은행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1억8700만달러 순매도했다고 29일 밝혔다.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한은은 이날 오후 4시 누리집에 ‘2018년 하반기 중 시장안정화를 위하여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실시한 외환 순거래액이 -1.87억달러’라고 공개했다. 달러 매도·매수 총액 규모나 매도·매수 거래 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1962년 외환시장 설립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당국이 시장 실물개입 내역을 공표한 것으로, 지난해 5월 한은과 정부는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를 위해 외환시장 안정조처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미국 재무부 등은 우리 쪽에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뺀 모든 국가(34개국)가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반기·분기·월별 주기로 이미 공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순거래액 공개 직후 “마이너스 1억8700만달러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매도나 매입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고, 절대적인 수치가 작아서 마이너스(순매도)나 플러스(순매입)가 별 의미가 없게 보일 수 있다”며 “작년 해당 기간에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날 공개된 수치는 우리가 환율조작 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달러 ‘순매도’로 나타난 것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해석된다. 미국 등은 우리 외환당국이 경상수지를 목적으로 원-달러 명목환율 하락(원화가치 절상)을 억제하거나 원화가치 절하를 유도하려고 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거나 원화를 매도한다고 의심해왔기 때문이다.
한은은 “외환시장에서 한 방향으로 자국 환율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외부충격 등으로 변동성이 커져 (균형 수준에서)‘이탈’이 일어나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개입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시기별 매수·매도 규모 등 상세 내역을 국제통화기금에 따로 제출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순거래액 공표만으로 국내외 외환 투자자들이 우리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방향·목표·빈도 등을 추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당국의 시장안정조처 내역이 공개된다고 해서 외환시장에서 투기(거래)에 이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첫 공개에 이어 오는 9월 말 올해 상반기 거래내역을 공개하고, 올해 12월부터는 주기를 분기별로 짧게 해 매번 분기 말에 직전 분기의 시장 안정조처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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