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하며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 달부터 지역균형발전 취지로 비수도권 대규모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평가 기준을 완화한다. ‘경제성’ 평가 비중을 줄이고 ‘지역균형’ 평가 비중을 높여 ‘균형발전’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예타 조사 기간도 1년 내로 단축한다. 경제성 평가에서 탈락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이 이번 기준 변경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에선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예타 제도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예타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의 단일 평가 기준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이원화하는 것이다. 비수도권은 평가항목 가운데 ‘지역균형’ 항목을 현행 25~35%에서 30~40%로 5%포인트 올리고, ‘경제성’ 비중은 현행 35~50%에서 30~45%로, 5%포인트 낮춘다. ‘정책성’ 평가는 현행(25~40%) 수준을 유지한다.
수도권은 평가항목에서 ‘지역균형’을 아예 빼고,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 두 가지만 평가한다. 경제성 비중은 현행(35~50%)보다 크게 늘었고, 정책성도 현행(25~40%)보다 소폭 늘었다.
임영진 기획재정부 타당성심사과장은 “비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 가중치가 높아져, 전체 지역에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거점 역할이 기대됐지만 (종합평가에서) 마이너스 평가를 받아 예타 통과가 쉽지 않았던 지역 광역시가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광역시) 다음으로 혜택을 보는 곳이 기타 시·군지역이다. 수도권은 감점 요인이었던 지역균형 항목 빠지고 경제성 평가 비중이 크게 높아져,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그 자체로 탈락할 수 있다. 이번 개편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단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도권처럼) 인구 밀집지역은 기본적으로 경제성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 사업도 예타 통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어 토건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 결국 후세대에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은 이런 우려와 관련해 “재정 문지기 역할인 예타제도의 근간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비수도권 지역은 지역균형 발전 부분이 5%포인트 높아져 일부 통과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예타 통과율이 현저하게 높아지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방안은 경제성(B/C) 조사 기관이 함께 수행하던 종합평가(AHP)를 분리해, 기재부 내 별도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가 예타 대상을 선정하고 예타 결과를 심의한다. 위원회 산하에는 3개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종합평가를 한다.
이와 함께 예타 조사 기관을 기존 한국개발연구원(KDI)에다 조세재정연구원을 추가로 지정하고, 평균 19개월 걸리는 예타 조사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예타 사업 신청 전 주무 부처의 사전준비 절차를 강화하고, 사업 재기획이 필요한 경우 철회나 반려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복지·소득이전 사업은 SOC 평가 방식 적용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라, ‘재정의 지속가능성’, ’수혜 대상의 적절성’ 등 효과성 평가항목을 세부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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