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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중소기업도 사회적 책임 내딛을 때”

등록 2005-12-19 19:06수정 2005-12-19 19:06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8층 중소기업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논의 동향과 중소기업 정책의 과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국내 중소기업도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임종진 기자 <A href=\"mailto:stepano@hani.co.kr\">stepano@hani.co.kr</A>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8층 중소기업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논의 동향과 중소기업 정책의 과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국내 중소기업도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한국적 경영’ 외국서 입길 국제 규범화 움직임 경제 여력 빠듯한만큼 정부 지원 뒤따라야

중소기업연구원 주최 토론회

“중소기업들도 이제 사회적 책임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할 때입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문제가 새로운 국제규범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업의 9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도 사회적 책임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봉제나 신발 등 주로 노동집약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중국,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국외 진출을 확대하면서 임금체불은 물론 욕설과 구타, 몸수색 등 후진적 노무관리가 현지사회의 반발을 사고, 국제사회에서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의는 대기업에 국한되고 중소기업은 아직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논의 동향과 중소기업 정책의 과제’ 토론회는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업계와 전문가들의 고민이 쏟아진 자리였다. 중소기업들에게 ‘발등의 불’로 떨어진 사회적 책임 문제와 관련해, 중소기업의 처지에서 접근한 토론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일단 외국 진출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성호 중소기업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특히 잔혹하고 부당한 ‘한국적 노무관리’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노사관계가 열악한 것은 노동집약 업종에 집중해 있고 단기 이익에 치중해 근로복지 투자를 회피하고 현지 언어·문화전통을 무시하는 ‘한국적 경영관행’에 안주하기 때문이라고 최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외국 진출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침해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베트남 남부 지방인 구찌 지역에는 얼마 전 한국기업의 한 관리자가 현지 노동자들을 줄세운 뒤 하이힐로 구타한 사건이 쉬쉬하며 전해진다. 다른 지역에서도 벌을 준다며 노동자들을 40도 가까운 불볕더위 속에 세워놓거나, 도난 방지를 들어 속옷 검사까지 하는 등 잔혹한 ‘한국적’ 노무관리가 입길에 오르는 일이 잦다고 업체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 2003년 12월 베트남 호치민의 한국계 의류회사에서 노동자 파업이 일어났는데, 이 업체는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일삼다 3년만에 10번째 파업 사태를 빚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에서도 한국인 사장들이 폭언과 구타, 퇴직금 체불 뒤 부도를 내거나 도주해 버리는 사례가 있었다.


윤훈용 동아대 교수(산업경영공학)가 최근 중국에 있는 한국 업체 2곳의 작업장을 심층조사한 결과를 보면, ㄱ사의 경우 노동자의 37.7%가 욕설을 들은 적이 있었고 16.8%는 체벌을 받은 적이 있으며 25%는 인격모독당했다고 답했다. 이 회사는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답이 한자릿수에 머문 ㄴ사보다 이직률이 10% 이상 높았다. 윤 교수는 “이직률이 높다보니 근무연수가 짧고 숙련된 작업자가 많지 않아 생산량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며 “회사 자체의 조직관리 문제점과 현지화 의지 부족, 종업원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이 이유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모범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청도에서 신발공장을 운영하는 ㅌ사는 지역 초등학교와 노인복지회관 등을 지역에 기부하면서 지역사회의 호감을 샀고, 나중에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시정부 차원에서 다른 지방의 인력을 확보해 ㅌ사를 지원했다. 베트남에서 나이키에 제품을 납품하는 ㅅ사는 지역주민에 대한 무료 백내장 수술, 장애인 채용 등에 힘써 지역사회로부터 호의적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사회적 책임 논의가 새로운 국제규범의 하나로 편입될 조짐이 보이면서, 대기업들이 납품·하청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게도 사회적 책임 이행을 입증할 것 요구하는 추세”라며 “대기업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협력업체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잣대로서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은 우선 의류·완구·액세서리·신발 등 부가가치가 낮거나, 납품·하청 기업들이 많아 경제적인 여력이 적다는 점이 강조됐다. 정원규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규모, 업종이 다양해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며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당 차관보가 임명된 이후 중소기업을 위한 기업 사회적 책임 학교가 운영되는 등 세계 각국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임석준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본이 세계를 넘나들면서 국가가 다국적 기업을 규제하는데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이라며 “기업과 국가, 시민사회단체가 자발적인 행동강령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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