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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동사가 먼저다

등록 2019-04-05 09:00수정 2020-04-11 12:30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① 글 쓸 때도 사람이 먼저다

②‘대한’을 대하는 자세

③‘의’와 전쟁을 선언하라

④‘빵들과 장미들’이 어색한 이유

⑤ 갖지 말고 버리자

⑥ ‘것’을 줄여쓰라

⑦ 주어에 서술어를 응답하라

쌍상에 맞춰 ‘응답하라’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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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순서는 ‘주어+목적어+동사’고, 영어 순서는 ‘주어+동사+목적어’다. 이 순서의 차이는 의외로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

영어는 대개 ‘I like you’처럼 문장 처음과 끝이 주어와 목적어로 돼 있다. 주어와 목적어는 거의 다 (대)명사다. 목적어인 명사를 꾸미는 말이 많이 발달된 게 영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선 “She gives me a cup.”으로 끝난 문장에도 “which he likes”를 덧붙여 “She gives me a cup which he likes.“라고 쓸 수 있다.

영어는 반드시 주어가 나와야 한다. 주어를 세워 책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게 영어식 표현이다.

영어에서는 주어와 목적어가 중요하다. 주어와 목적어가 되는 게 바로 명사 또는 대명사다. 영어는 명사 중심 언어인 것이다. 반면 우리말은 동사 중심 언어다. 영어는 문장 안에서 다양한 위치에 명사가 반드시 나타다. 반면 우리말은 명사를 동사로 바꾸는 게 자연스럽다.

명사문을 피하자

우리말은 서술어가 다양하게 변신한다. 영어나 중국어는 서술어 변화가 크지 않다. 단어를 배열하는 순서나 억양 높낮이로 뜻을 보충한다. 우리말은 서술어를 잘 살려야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 우리말 서술어에 흔희 쓰는 품사가 ‘동사’와 ‘형용사’다. 동사와 형용사를 잘 활용하면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우리말은 서술어 품사를 기준으로 문장을 분류할 때 동사문, 형용사문, 명사문으로 나뉜다.

그가 간다.(동사문)

그는 착하다.(형용사문)

그는 학생이다.(명사문)

명사문은 명사에 서술격 조사 ‘이다’가 이어진 문장을 말한다. 명사문은 주어와 서술어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중언부언하기 쉽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해 쓴 책이다.” 이 문장을 한번 보자. ‘이 책은~ 책이다.’ 주어를 똑같이 설명해주는 데 그쳤다. 동어반복이다. 이런 잘못된 표현을 자주 본다. “이 뮤지컬은 소설 <레미제라블>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다”처럼 주어와 서술어가 같은 경우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명사문을 동사문으로 바꿔보자. “이 책은 글쓰기를 다루고 있다.” “이 뮤지컬은 소설 <레미제라블>을 원작으로 한다.”

또 다른 문장을 보자. “시급한 것은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감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다.” 이 문장도 주어(시급한 것)와 서술어(정부의 대책이다)가 명사 위주로 돼 있다.

먼저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감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부분에서 ‘~위한’을 빼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동사를 활용하자. ‘감소하기 위한’을 ‘줄이는’으로 바꾸자.

이렇게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정부의 대책’으로 고치면 ‘~위한’이라는 번역투를 안 써도 된다. ‘정부의 대책’에서 일단 정부를 빼면 ‘의’도 안 쓸 수 있다.

다음에는 주어(‘시급한 것’)를 고쳐보자. 지금은 어깨에 힘이 꽤 들어가 있다. 멋있게 쓰려고 했거나 강조하려고 썼다. 문장은 자연스럽게 쓰는 게 좋다. 주어는 ‘정부’로 하는 게 자연스럽다. “정부는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 문장이 주어와 서술어가 명사로 끝난 명사형 문장이라면, 다듬은 문장은 주어는 명사, 서술어는 동사로 끝난 동사형 문장이다. 훨씬 우리말답다. 이처럼 명사문은 되도록 동사문이나 형용사문으로 고치는 게 좋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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