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해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8일 강창희 중앙대 교수(경제학)와 이우진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2018년도에 발생한 가구소득 분포의 변화’ 논문에서 2018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급격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와 소득분배 악화 현상이 실제와 다를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역설로 받아들여진 급격한 소득분배 악화가 사실은 모집단 변경에 의한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논문은 한국재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통계청은 앞서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지난해 총소득이 전년동기대비 7.0~17.7% 줄어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통계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부진이 오히려 저소득층의 가구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정치적 논쟁에 불을 지폈다.
논문은 지난해 갑작스레 나타난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친 요소를, 2017년과 2018년 사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표본이 변경되면서 나타난 변화와 두 연도 사이 1분위 월평균 소득의 ‘진정한 변화’로 나눴다. 지난해 1분위 소득의 급격한 감소에는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돼 있다는 가정에서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해 1분기부터 표본 가구 수를 5500개에서 8000개로 늘리고, 모집단 구성 기준도 2010년 인구총조사에서 2015년 인구총조사로 변경한 바 있다.
논문은 두 요소 가운데 표본 구성의 변경에 따른 변화를 제거하고, ‘진정한 소득 변동’을 알아보기 위해 ‘이중차분법’이라는 분석 방법을 사용했다. 가계동향조사 표본이 바뀐 뒤 첫 조사였던 지난해 1분기 평균 소득 변화율을 이후 분기의 분위별 평균 소득 변화율에서 빼 정책 효과에 의한 변동만을 살펴보는 방법론이다. 이 분석 방법에 따라 두 교수가 통계청 미시자료를 통해 지난해 분위별 실질소득을 분석한 결과, 7.6% 감소한 것으로 통계청이 발표했던 지난해 2분기 1분위의 총 소득은 2017년 2분기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에서 7.0%를 줄어든 것으로 나왔던 지난해 3분기 1분위 소득 역시 전년동기대비 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우진 교수는 “2017년 당초 폐지될 예정이었던 가계동향조사를 존속키로 하면서 표본을 대체하지 않고 표본수를 줄이는 등 대표성에 문제가 제기될 만한 변동이 생겼다”며 “이중차분법을 통해 모집단 변경 효과를 통제한 결과, 지난해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분배지표 악화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미친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다만 “이번 분석은 2017년과 2018년의 추세가 동일했으며, 오류가 오로지 표본 대표성 문제로 발생한다는 두 가지 전제가 동시에 성립한다고 가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분기별 소득증가율의 패턴을 분석한 뒤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나타난 소득 감소를 모두 모집단 변경에 의한 오류로 전제하고 있어 논리적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2018년 모집단이 변경된 것은 맞지만 각 시점에서의 가구 특성을 바탕으로 조사 결과를 사후 보정해 시계열 비교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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