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년 추가경정예산 당정협의;에 앞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화폐 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결정할 두 주체인 재정·통화당국의 수장이 최근 불거진 관련 논쟁에 일제히 선을 긋고 나섰다. 정치권과 경제계를 중심으로 불붙은 관련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리디노미네이션은) 사회적 충격도 큰 사안이고 국민적인 공감대와 사전 연구도 굉장히 필요한 사안”이라며 “정부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리디노미네이션 논쟁은 지난달 25일 이주열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이후 이 총재는 원론적인 언급이었다고 강조했지만, 경제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국회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다음달 13일 개최할 예정인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한다’ 정책 토론회 등이 대표적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액면가를 변경해 단위를 낮추는 것을 뜻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요구하는 쪽은 주로 ‘국가 위상’과 ‘편의성’이라는 두가지 근거를 댄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총금융자산은 1경7148조원에 달한다.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화폐의 단위가 천문학적으로 커진 것은 사실이다. 또 환율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1달러당 1000배 이상 환율을 유지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1000원’을 ‘1원’으로 변경해 경제 주체의 편의성과 국격을 높이자는 뜻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은행·증권 시스템 등을 바꿔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앞서 참여정부 때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는데, 당시 한은은 리디노미네이션에 필요한 직접 비용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물가와 경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스럽다. 1000원을 1원으로 변경하면 800~900원짜리 물건은 0.8∼0.9원 이 아니라 계산하기 쉽게 1원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의 압력이 커지는 셈인데, 가계의 구매력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민간 소비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대외 여건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큰 상황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추가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경제활력 제고에 전력투구하는 입장에서 전혀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이날 홍 부총리의 발언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노현웅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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