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표본 바뀌어…작성기관 달라져…국가통계 ‘들쑥날쑥’

등록 2019-05-01 18:02수정 2019-05-02 09:20

현실변화 반영하기 위해 표본 변경
농가소득 1년새 350만원 급증 ‘착시’
경쟁입찰 의무화로 작성기관 바꿔
산업집중도 ‘시계열 단층’ 문제 생겨
정책 수립·집행에 혼선 초래 불가피
통계청 “표본조사 한계…해법 모색”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에 있는 연도별 ‘농가경제조사’ 자료를 보면, 2013년 농가소득이 전년에 견줘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면서 ‘시계열 단층’이 발생한다. 2013년 농가의 연평균 소득액은 3452만원이다. 2012년은 3103만원이었다. 1년 새 무려 350만원이나 늘었다. 쌀값·소값 변동으로 농가소득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있지만, 그 당시 이런 특이 파동은 없었다. 월 20만원(당시)을 주는 농가 기초연금이 도입된 건 2014년 7월이다.

2013년은 농가경제조사 표본(2600개 농가)이 개편된 때다. 통계청은 현실 변화를 반영해 5년마다 표본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농가 평균소득 급증은 이런 ‘표본 개편 효과’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통계청도 “표본 개편에 따른 차이로 보인다”고 했다. 2003년에도 농가소득이 2687만원으로, 2002년(2447만원)보다 240만원이나 증가했다. 2003년 역시 표본이 전면 개편된 때다. 통계청은 “산수가 아니라 표본조사 통계라서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설명했다.

농가경제조사는 7만4천여개(표본추출틀) 농가에서 지역·영농형태를 고려해 2600개 농가를 표본으로 추출해 진행한다. 통계 주석에는 ‘2013년 결과는 ‘시계열 단층’이 발생하여 연속성이 단절되므로 직접 비교·분석은 주의해야 함’이라고 따로 붙여놓고 있다. 농가경제조사 목적은 ‘농업경영실태 파악을 통한 농업정책수립 기초자료 제공’이다. 표본변경을 이유로 통계치가 크게 출렁이면 농업정책 수립에서도 혼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 농가경제 연구자는 “과거 10년(2003~2012년)간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은 연평균 4.9% 증가한 반면 농가소득은 1.6% 증가에 그쳐 도·농 소득 격차 확대로 이어졌으나, 2013년에 농가소득이 많이 증가해 소득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면서도 “표본 개편을 고려하면 ‘정확한’ 농가소득동향 파악은 동일한 표본 기간(5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성하는 ‘시장구조조사통계’ 역시 시계열 단층 문제를 노출한다. 광업·제조업 부문의 시장점유율 상위 3개 회사(CR3) 산업집중도(품목별 출하액 가중평균)를 보면, 2011년 56.1%에서 2013년에는 52.2%로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 통계는 격년 혹은 1년 주기로 작성된다. 이재형 한국개발연구원(KDI) 촉탁연구원은 “장기 추세로 볼 때 통상 상위기업 집중도는 연간 1~2%포인트 변화하기도 어려운데 4%포인트나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산업집중도는 표준산업 분류(5단위 세세 분류 총 479개 산업)상 특정 산업별 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친 뒤 평균을 낸다. 따라서 이 지표의 하락은 우리 제조업이 좀 더 ‘경쟁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 통계 목적은 ‘경제력집중 억제 및 경쟁촉진시책 수립·집행에 필요한 기초자료 제공’이다. 집중도 통계가 이례적으로 변동하면 독과점 관련 정책 방향도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유사한 급변동은 2007년에도 있었다. 산업집중도가 2006년 51.2%(가중평균)에서 2007년에 54.2%로, 2013년과 정반대로 이번에는 대폭 높아졌다. 2013년과 2007년에 공통적인 건 통계작성기관 변경이다. 2013년엔 한국개발연구원이 줄곧 해오던 작성대행을 통계개발원이 맡았고, 2007년에는 시장경제연구원이 매년 수행해오던 것을 한국개발연구원이 맡았다. 2013년에 시장집중도가 뚝 떨어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성방법 변경’도 꼽힌다. 통계 기준에서 ‘산업’의 개념 정의를 바꾼 것이다. 공정위 쪽은 “한 기관이 통계작성을 계속 맡으면 자료 연속성에서 좋겠지만 경쟁입찰을 통해 작성기관을 선정하도록 의무화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표본변경 논란에 이어, 다른 국가통계들에서도 통계치 연속성 및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제기되는 셈이다. 표본 교체에 따른 단층 발생이 통계 기술적으로 불가피하더라도 시계열 자료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자료를 소급 조정·보정할 방법은 없을까? 통계청 쪽은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연동 표본조사’를 도입하고, 현재의 인구·농가 특성을 이미 조사한 과거 시점으로 끌고 가 반영하는 방식도 적용하는 등 해법을 찾아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국가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인 국가승인통계는 총 1146개(지정통계 92개, 일반통계 1054개)에 이른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