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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의 삼성’ 1년, 청와대·여권과 눈맞추기 주력…정부 행사 ‘단골손님’

등록 2019-05-02 21:29수정 2019-05-02 22:00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차이
총리·대통령 만나며 ‘광폭 행보’
대기업 투자에 기대는 쪽으로
청와대가 방향 바꾼 시점 맞물려

구체적 경영 성과 아직…
메모리 실적 추락·갤럭시폴드 연기
업계선 시스템반도체 투자도
‘피할 수 없는 선택지’ 평가

과거보다 불확실한 삼성
두달쯤 남은 대법원 선고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까지
총수 공백 사태 발생할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년(*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장님이 꼭 말씀드리라고 했는데요. 이거 들어가는 돈이 인천공항 3개 짓는 비용입니다. 이 건물 하나 짓는 데….”

지난달 30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동 건설 현장.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설비를 설명하며 “2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말할 때였다. 뒤쪽에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며 ‘인천공항 3개 비용’을 얘기했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대외 행보에 나선 이 부회장의 모습 중 가장 편안해 보였다. “이 부회장이 여유를 완전히 찾은 것 같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쏟아졌다.

지난 1일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 공인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5월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이 부회장의 지난 1년 행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와대 및 여권과의 접촉을 늘린 것이다. 특히 지난 1월부터 본격화했다. 1월 한달 동안만 이낙연 국무총리(10일·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문재인 대통령(15일·청와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30일·삼성전자 화성사업장)를 잇따라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의 경직된 표정과 불안한 모습은 이 부회장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고 승계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조급한 기색이 안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처럼 정부 행사 ‘단골손님’이 된 것을 비롯해 이 부회장은 1년 사이 국내외에서 공개된 일정에 10번 넘게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10대 그룹 총수들에 비해 적지 않은 횟수다.

이 부회장의 ‘여유’는 국내 경기가 본격 둔화 양상을 보이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대기업 투자 확대에 기대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시점과 맞물린다. 이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이에 호응하고 있다. 지난해 8월8일 삼성그룹은 “3년간 180조원 투자”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7월9일 문 대통령이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여한 지 한달 뒤였다. 이번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은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국내 공장 첫 방문을 엿새 앞두고 발표됐다.

이 부회장의 행보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차이가 있다. 탈세·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009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그해 12월31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특별사면’하고 나서야 경영에 복귀했다. 이듬해 5월 이 회장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등 ‘5대 신수종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미 두 차례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의 ‘이른’ 정상화 행보는 정치권의 적극적인 호명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경영 혁신은 전보다 뒤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이 나서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체감 효과는 없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 유럽 등 국외 출장을 늘리며 존재감을 높이려 했지만 구체적 경영 성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지난달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두고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급락 속에 ‘피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회장이 2010년 복귀하며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때마다 전면 쇄신과 함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뒀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삼성은 과거보다 훨씬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에서 10분기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나타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편중이 고스란히 직격탄으로 돌아왔다. 스마트폰의 새 장을 열겠다며 내놓은 ‘갤럭시폴드’는 기기 결함 논란 끝에 지난달 23일 미국 출시가 연기된 상태다. ‘퍼스트 무버’의 의욕이 앞선 가운데 실책을 범한 것이라는 데 업계는 공감하고 있다. 6월께로 예상되는 대법원 선고와 한창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는 당장 눈앞의 난제다. 다시 ‘총수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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