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빅카메라 매장 입구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모바일 페이를 사용할 때 받을 수 있는 보상환급(페이백) 내용을 설명하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다. 박중언 기자
자본주의 사회는 돈으로 움직인다.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는 금융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경제활동에도 모두 돈이 매개된다. 그러나 범죄에 쓰이는 게 아닌 뭉칫돈은 전산망 기록으로만 존재하게 된 지 오래됐다. 지폐와 동전 등 현금을 쓰는 기회도 예전보다 현격하게 줄었다. 인터넷, 나아가 모바일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 일상에서도 현금의 입지는 급속히 작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금융거래가 손 안에서 해결된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쇼핑, 송금에서 예금, 대출, 투자까지 가능한 시대다. 모바일 페이가 현금과 신용카드를 밀어내고 통합 결제 솔루션이 되는 마지막 단계만 남겨놓고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상의 모든 지급 행위를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것 말이다.
‘카드 대국’ 한국에서는 결제 비중이 90%에 이르는 신용카드의 아성을 모바일 페이가 어떻게 무너뜨릴 것이냐가 주목된다. 신용거래 기반이 약한 중국에서는 페이가 이미 대세를 장악했다. 간편결제 종주국인 미국에선 샌프란시스코 등 기술 발달 지역부터 페이가 개인 수표(체크)와 카드를 서서히 대체해나가고 있고, 현금 사랑이 유독 강한 일본에서는 페이 공세가 본격화했다.
정보기술(IT) 발달과 더불어 스마트폰이 수많은 서비스 영역을 잠식해온 점에 비춰, 모바일결제 확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나라마다 속도 차이가 있지만 페이의 지속적 성장세는 분명하다. 세계 모바일결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30%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인도와 아프리카 등 신흥국은 중국처럼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현금에서 모바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에겐 현금과 몇 장씩 되는 신용카드, 다양한 포인트 카드를 지갑에 넣어 다니며 장소에 따라 골라 꺼내는 것이 몹시 번거롭다. 어디서든 쓸 수만 있다면, 앱 하나로 처리 가능한 페이의 매력을 떨치기 힘들다. 온라인 거래에서 보안을 위해 카드 유효기간과 본인 확인 등을 거치는 것보다 지문·홍채 인증이 간편하고 안전하다. 일반 가게에서도 수수료와 현금흐름 등의 측면에서 페이 결제가 카드보다 낫다.
모바일 페이 경쟁에는 세계 주요 IT 기업이 모두 뛰어들었다. 미국의 구글,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 일본의 소프트뱅크·라인 등 서비스 업체와 삼성·애플 등 기기 업체, 페이팔 같은 온라인결제 업체가 망라됐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기관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모바일 페이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날이 멀지 않아, 페이 경쟁은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모바일결제 플랫폼은 다른 어떤 디지털 플랫폼보다 강력하다. 단순한 간편결제만이 아니라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돈이 이동하는 주된 통로가 되는 것이다. 대규모 사용자 기반만 확보하면 금융서비스와 광고, 고객 알선 등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런 이유로 국제적 협력과 경쟁도 활발하다. 한발 앞선 중국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각각 일본의 페이페이, 라인페이와 손을 잡았다. 상대국 협력사 가맹점에서도 자국 모바일 페이로 대금 결제를 할 수 있다. 위챗페이는 한국의 네이버페이와도 제휴 관계를 맺었다. 페이페이를 설립한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그룹의 대주주이며, 일본 라인의 모회사가 네이버라는 점에서 이런 구도는 자연스럽다. 모바일 페이로 최고의 금융 플랫폼 자리를 장악하려는 글로벌 IT 거물들의 ‘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중언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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