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무역분쟁이 세계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재부상한 가운데 향후 예상 시나리오로 ①최종타결 ②협상시한 연장 ③관세율 인상·저강도 분쟁 ④무역전쟁 본격화 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②, ③번 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한다.
지난 1~3일 노동절로 휴장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6일 개장 직후 3% 하락한 이후 낙폭이 확대되며 5.8% 하락으로 마감했다. 2016년 1월7일(-7.0%)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중 무역분쟁 재연 우려가 상하이 주식시장을 온통 휩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시장에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보복관세율을 오는 10일부터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고, 추가로 중국산 수입제품 3250억달러어치에 대해서도 단기간내(shortly)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 투자은행(IB)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협상전략 △미국내 여론 고려 △중국내 개방파의 입지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은 협상 최종라운드를 남겨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고전적인 협상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 ML)은행은 “지난 1분기에 미국과 중국경제의 후퇴 우려가 완화되고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양국 정부가 단기간내 협상 타결보다는 이익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는 점도 협상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발언은 대중 압박용인 동시에 대선을 앞두고 국내 지지여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감안할 때 이번 발언은 단지 위협(블러핑)에 그칠 가능성이 상당하다”(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차드 보운 시니어펠로우)의 말을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이번 트럼프 트위트는)류허 부총리 등 중국 내 개혁·개방에 적극적인 인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제기했다.
제11차 협상을 앞둔 현재 양국간 주요 쟁점은 △협상이 타결되면 보복관세를 즉각 원상회복할 것인지 여부 △양국이 약속한 합의 내용을 불이행할 때 일방적인 관세부과로 제재할 것인지 여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개방 및 ‘제조 중국 2025’ 계획에 포함돼 있는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 등으로 알려진다. 최종 타결에 이르더라도 이행국면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며, 보조금 지급 등 경제정책 변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터라 ‘성실 이행’을 둘러싼 양국간 긴장관계는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 금융시장은 관세율 추가 인상 및 관세보복 범위 확대 같은 전면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게 본다. 다만 이번주 안에 최종 타결에 이르기는 어려울 수 있고, 협상이 타결된다해도 성실한 이행 등을 둘러싼 긴장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쪽 협상팀은 협상 취소·연기보다는 계속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 직후, 당초 8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제11차 협상이 취소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전해졌으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류허 부총리 등 중국 실무협상팀이 협상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부 외신은 류허 부총리가 9일 베이징을 떠나 워싱턴에 갈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로선 최종타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주 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양국이 보복관세율을 더 높여 상대를 압박하면서 단기적으로 긴장고조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씨티그룹은 중국이 협상을 중단하거나 류허 부총리가 방미를 취소하지 않는 한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협상시한 연장을 통해 최종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을 55%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양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무역긴장이 고조되고 최종타결은 내년 이후로 미뤄지는 ‘오늘은 무역전쟁, 타결은 내일로(Trade War Today, Trade Deal tomorrow)’ 시나리오도 40%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관세가 인상될 확률을 40%로 예상했다. 관세율 인상 및 부과대상 범위 확대는 중국산 상품을 수입하는 미국내 자국 기업들로부터 반발을 초래하고, 관세를 인상하려면 미국내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터라 실제 관세 추가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제11차 워싱턴 미-중 무역협상 방미를 취소하면 미국이 협상 실패 책임을 중국에 전가할 것이라서 중국은 협상 취소보다는 대표단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블룸버그> 등은 △미국의 관세 인상과 무역갈등 격화 △무역협상 타결, 그러나 협상내용이 어느 한 국가에 불만을 초래하게 되면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 △일시적인 무역협상 합의 무산 속에서 협상 지속 등을 ‘가능한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지만, “결국 양국이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대외경제무역대 교수 겸 중국 세계무역기구 연구소 부소장인 투씬취엔은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다수의 위협 언사를 구사했지만 구체적인 조처는 연기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당장 오는 10일 보복관세율이 인상되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커질 우려가 제기된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 앤드류 틸톤은 “그동안 전세계 투자자들이 양국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투자해 왔다”며 “향후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보복관세를 실제로 부과한다면 세계경제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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