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50조원에 육박하는 조세지출이 국회에 보고되는 조세지출예산서에도 정확한 항목별 금액이 산정되지 않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조세지출’은 기업·가계가 내야 할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깎아주는 것으로, 수혜자 관리가 쉽지 않은터라 타당성 검증을 위해서라도 지출 항목 등 통계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2일 발간한 ‘예산정책처(NARS) 현안분석’에 실린 ‘조세지출예산서 통계 작성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조세지출의 국회 보고 현황을 분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조세지출은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납세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저소득층 가구에 지원되는 근로장려금(EITC)과 각종 세액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재정법은 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세부 내역을 담은 조세지출예산서도 함께 내도록 하고 있다. 조세지출은 나랏돈을 푸는 재정지출에 비해 조세저항이 적어 비교적 쉽게 도입할 수 있지만, 세입 기반을 약화시키고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조세지출이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국회의 감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국회지출예산서가 조세지출 항목조차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먼저 2019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담긴 조세지출 실적과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비교한 결과, 54개 항목 가운데 14개 항목에서 오류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세지출 전망 아닌 실적치조차 잘못된 숫자를 국회에 보고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4개 항목은 실제보다 3901억원 부풀려졌고 10개 항목은 1899억원이 줄었다. 오류가 발견된 14개 항목의 조세지출 총액이 4조146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오류 금액 5800억원의 오차율은 14%에 달했다. 기재부는 국세청 국세통계연보가 정확하다 답했다고 한다.
항목별로 보면, 기업에 혜택을 주는 연구 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2469억원 부풀려진 2조4741억원으로 국회에 보고됐다.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세액공제분(2469억원)이 중복 계산된 탓이었다.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도 1406억원 과다 계상됐는데, 2017년 일몰된 항목을 포함했기 때문이었다.
보고서는 또 정부의 조세지출 추계 자체도 정확하지 않아 객관적인 검토가 쉽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실제 2015년 신설된 3개 항목 조세지출을 분석한 결과, 한해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경력단절여성 재고용 세액공제’는 1500만원에 그쳤고, 1000억원 규모로 예상된 ‘근로소득 증대세제’도 93억원에 그쳤다. 반대로 ‘고배당기업 주식의 배당소득 과세특례’ 조세지출은 495억원으로 당초 예상(270억원)의 1.8배에 달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또 조세지출의 규모를 추정할 때 경제성장률, 설비투자증가율과 각 항목별 탄성치 정도만 공개하고 세부 통계를 제시하지 않아 조세지출의 적정성을 판단할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의도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는지, 세수 손실을 감내할 가치가 있는지 평가해 제도의 유지·개선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통계가 필수적”이라며 “조세지출예산서가 그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관련 통계의 생산 범위를 더 넓히고 공개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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