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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디지털 플랫폼 경제, 화려한 만큼 짙어지는 노동의 그늘

등록 2019-05-13 11:48수정 2019-05-13 15:25

【HERI의 눈】 플랫폼 오디세이①
‘라이더 유니온’이 한국의 플랫폼 경제에 던지는 질문
제도 보완 없이 ‘문 연 채’ 일단 출발한 플랫폼 경제
플랫폼 노동자들 노동법 및 복지 황무지로 내몰아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누가 일을 시키는지’ 모호
노조할 권리 보장, 단체행동 및 교섭 새 모델 필요
노동절인 5월 1일 국회의사당 맞은편 광장에서 열린 라이더 유니언 출범식에서 조합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띠를 들어 보이고 있다.
노동절인 5월 1일 국회의사당 맞은편 광장에서 열린 라이더 유니언 출범식에서 조합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이 일궈낸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성장이 눈부시다. 10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 상장한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의 기업가치는 공모가 기준으로 약 824억 달러 (약 97조원)에 이르렀다. 차 한 대 갖고 있지 않은 회사가 창립 10년 만에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약 28조원)의 3배에 이르는 거대기업이 됐다. 앱을 활용하는 공유경제 기업 또는 플랫폼 기업은 승차, 숙박, 가사, 배달 등 여러 영역으로 확산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기존 산업 질서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제2 벤처 붐이라고 할 정도로 벤처 투자가 활기를 띤다. 바이오· 의료· 게임과 함께 플랫폼 분야에서도 활발한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밝은 만큼 그림자도 짙다. 플랫폼 경제의 뒤편에는 우버 기사, 대리운전자, 라이더라 불리는 배달 노동자, 가사노동자들이 흘리는 굵은 땀이 있다. 앱을 통해 일감을 받는 이들 플랫폼 노동은 고용된 것이 아니어서 노동법의 보호와 복지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플랫폼 노동은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노동과 직업의 변화를 법과 제도가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는 관련 제도가 미비한 채 ‘개문발차’(開門發車)한 셈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도 구체화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우버 기사들은 근로조건 및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상장일에 우버 앱 및 또 다른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의 앱을 끄는 항의시위를 조직했다. 국내에서도 노동절인 지난 1일 눈여겨 볼만한 행사가 열렸다. 앱을 통해 일감을 수주하는 배달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모여 노동조합(라이더 유니온) 결성식을 연 것이다. 라이더 유니온은 초대 위원장으로 맥도널드 배달원인 박정훈(35) 씨를 뽑고 노조할 권리 보장과 오토바이 보험료 인하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을 벌였다. 최근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배달산업과 배달노동에는 플랫폼 경제의 여러 특징이 나타난다. 그래서 이들이 노조를 만들며 내세운 요구에는 플랫폼 경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들어있다. 라이더 유니온이 플랫폼 경제에 던진 질문을 정리해 보자.

질문 1: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그거 젊은 사람들이 용돈 벌려고 잠시 하는 거 아냐?”. 우리 사회에는 정당한 노동으로, 직업으로 인정되지 않은 일들이 많다. 아르바이트 또는 알바라 불리는 시간제 또는 초단시간 노동이다.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의 용돈 벌이, 주부의 자녀 학원비 벌이, 노인의 소일거리로 취급되는 일들이다. 다른 일(보통 정규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잠시 거쳐 가는 일자리나 젊은 시절의 낭만이란 인상을 준다. 자연스레 임금이 낮아도, 주휴수당 같은 노동법의 보호와 복지 혜택이 없어도 너무 화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자리에는 정규직, 비정규직이 있고, 그 아래에 알바가 있다.

하지만, 편의점으로 24시간 불이 켜진 도시, 언제나 편리하게 식음료를 사 먹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무엇이든 집으로 주문하는 온라인 쇼핑은 이들처럼 유연한(시도 때도 없는) 노동을 하는 계층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외식배달만 해도 지난해 시장규모가 2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한해 전보다 30% 이상 쑥 컸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을 통해 주문하는 건수가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2800만건이었다. 알고 보면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부업이 아니라 생업인 경우가 많다. 서울시가 2016년 실시한 ‘청년 아르바이트 직업 생태계 조사’를 보면, 청년 알바 노동자는 주 3.5회 21시간을 근무한다. 38.5%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15.3%는 ‘가정 경제를 돕기 위해’ 알바를 한다고 답했다. 알바를 하는 한 사람은 짧게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수 있지만 알바라는 두터운 노동자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등의 낭만이 묻은 ‘아르바이트’란 말은 현실을 호도한다.

통계청의 ‘3월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음식 서비스 판매액은 3월에 전년 대비 89.8% 늘어난 6881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2배 가까이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통계청은 최근 격화하는 음식 주문 및 배달 플랫폼 할인 경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통계청 누리집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앱을 통해 주문하고 일을 시키는 플랫폼 노동은 알바라 불리는 형태의 노동을 극적으로 효율화했다. 경제의 플랫폼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플랫폼 노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란 책에서 알바 노동이 실업자와 백수를 3개월 내지 6개월 단위로 쓰고 버렸다면, 플랫폼 노동은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시간을 끌어다 1초 단위로 쓰고 대기하게 한다며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직장만을 정상으로 생각하는 한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알바라 불리는 일을 제대로 된 노동과 직업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라이더 유니온의 출범 선언문 첫머리에 쓰인 “라이더 유니온의 출발은 ‘우리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문구는 ‘이것도 당당한 직업’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그래픽: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질문 2: ‘거리의 무법자’들이 무슨 요구를?

교통신호도 무시하고 요리조리 끼어들고 보행로를 무단 질주하는 무법자들.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은 좋지 않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사정은 있다. 시간이 곧 돈이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곡예운행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 건당 받는 배달 수수료는 2500원~3500원. 한 달 1000곳을 배달해야 300만원 수입을 올린다, 그러려면 하루 10~12시간, 한 달 25일 동안 평일은 30~40건, 주말은 60~70건을 배달해야 한다. 오토바이 구매와 수리, 기름값도 배달 노동자 부담이다. 눈비 오는 날, 춥고 더운 날, 미세먼지가 심한 날도 특별한 수당이 있는 게 아니다. 인근 지리에 능통하면 좀 낫지만 그렇지 않으면 1초라도 더 빨리 달려야 한 건이라도 더 한다. 운행하면서 모니터에 새로운 음식 배달 주문이 뜨면 일단 잡아 놓기도 한다. 하지만 예정시간보다 20분이 늦어서 손님이 취소하면 음식값을 물어내야 한다. 그래서 배달 노동자 오토바이 속도를 낮추려면 처벌하거나 교육훈련을 하는 것보다는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들에게 일을 주는 주문 앱과 배달 앱은 주문자와 음식점, 배달 노동자를 연결하고 수수료(배달 한건당 몇백원)나 광고수익을 챙긴다. 이들 중개 앱과 배달 노동자는 한창 뜨는 플랫폼 경제의 한 축을 각각 담당하는데, 사회적 인식과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한쪽은 스타트업이니 벤처니 하면서 혁신적 이미지를 독차지하는 반면 그 반대편을 지탱하는 배달 노동자는 “공부 안 해서 고생하는 것 아니냐”라는 뒷말에 쓴웃음을 짓거나 , ‘양아치’, ‘딸배’(딸딸거리며 배달한다는 뜻) 등 모멸감을 주는 별명을 들어야 한다. 주문 앱 중에서 유니콘 기업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이 나오는 등 열매는 플랫폼 기업이 차지하는 반면, 위험과 사회적 책임은 배달 노동자가 오롯이 지는 구조이다. 라이더 유니온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법 지키며 일해서 욕은 먹지 말자는 것이다. 출범식에서 만난 40대 중반의 최대 동 씨는 “인정까지는 기대하지 않고 색안경만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배달 대행업체들이 올리는 많은 이익은 기사들이 현장에서 뼈 빠지게 달려서 가능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범식을 한 라이더 유니온 소속 배달 노동자들이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다.
출범식을 한 라이더 유니온 소속 배달 노동자들이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다.

질문 3: ‘자영업자’가 노조를 결성할 수 있나?

라이더 유니온은 노동조합 출범식을 치렀지만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들이 모두 노동자는 아니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와 계약하는 형식을 취한다. 배달노동자 중에는 정규직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과 함께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신분이다. 이들이 배달대행사와 맺는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니라 용역계약이다. 신분이 명목상 ‘사장님’인 이들에게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은 물론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행히 법률 개정으로 특고 9개 직종은 당연가입으로 보고, 다치면 산재처리가 가능해졌다. 이마저도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내야 하는 배달대행업체가 산재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게 해서 받지 못하기도 한다. 라이더 유니온은 계약형태와 관계없이 배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데, 법적인 요건에 맞아서 노조설립 신고필증이 나올 지는 지켜봐야 한다.

플랫폼 경제는 자본주의 소유구조와 고용구조를 바꾸어 놓는다. 플랫폼 기업은 핵심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중개할 뿐이다. 차량공유, 숙박공유, 노동 중개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접속해 자신의 정보, 자동차, 집, 노동력을 제공한다. 자동차를 수리하는 것도, 집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스스로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들 제공자 몫이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라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일 수 있다. 배달업만 해도 배달원에게 일감을 주는 배달대행사들은 날씨 등에 관계없는 안정적인 배달을 위해 업무를 강제 배정하기도 하고, 소비자 평가를 의식해 보온이 되는 특정 용기에 음식을 담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관리와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법원이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종속적인 관계’로 볼 지 여부에 따라 임금 노동자냐 자영업자냐가 갈린다.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인지 여부는 글로벌한 쟁점이다. 승차 공유업체 우버의 운전자가 노동자라는 법원의 판결이 영국, 스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 노동부는 4월말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라는 해석을 내렸다.

‘위장된 자영화’라 불리는 새로운 고용관계에서 라이더 유니온 같은 비정형화된 노조는 법과 현실 사이의 불일치를 상징한다. 고용된 사람만 노동조합을 할 수 있다는 노동법은 도전받고 있다. 출범식에서 만난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집행위원장은 “노동자로 일을 시키면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는 플랫폼 노동의 현실에서 라이더 유니온 같은 시도는 불가피한 시도”라며 “노동하는 이는 누구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데,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질문4: 허공에 대고 협상을 하자는 것인가?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은 하지만 누가 자신들에게 일을 시키는 지가 모호할 때가 많다. 몇 단계로 네트워크화된 관여자 중에서 누가 노동자와 노동조건과 보상(수수료 또는 임금)을 협의하는 협상장에 마주 앉아야 하는 지가 명확치 않은 것이다. 음식배달업은 두 개의 플랫폼(주문중개앱, 배달대행앱)이 소비자, 음식점, 배달 대행회사, 배달노동자 등 4개의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산업이다. 우리가 익숙한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은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하는 ‘주문중개앱’이다. 이들은 배달 대행사업도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음식점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고, 수수료나 광고수익 등을 올리는 일을 주업으로 삼는다. 음식점과 배달 노동자 사이에는 부릉, 생각대로, 바로고 같은 ‘배달중개앱’이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점은 배달중개앱을 열고 배달 노동자를 호출한다. 이런 구조에서 종전에 회사라는 공간에서 사람에 의해 이뤄지던 노동에 대한 통제와 지시는 기술적 통제로 변한다. 배달서비스의 품질에 대해 소비자의 평점이 그것인데, 좋지 않은 평점이 누적되면 일감을 얻지 못할 수 있어, 노동자에게는 심리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배달업의 한국적 특성중 하나는 음식점과 소비자 사이에 배달대행사가 끼어드는 것이다. 배달원을 확보하고 있다가 안정적으로 주문을 받기 위한 것인데, 한 지역을 잘알면 음식점 확보 등에서 유리해서 동네 토박이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배달중개앱과 계약을 맺고 이를 소속 배달원들에게 주문창을 열어준다. 배달 노동자가 보면 앱을 열어주는 배달대행사가 형식상 고용주처럼 보인다. 실제로 배달대행사가 업무지시와 통제를 하기도 하지만 전체 배달 서비스의 한 마디를 담당할 뿐인 이들이 고용쪽을 대표하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때문에 라이더 유니온은 뒤로 숨은 주문중개앱과 배달중개앱 등 플랫폼 업체가 전면으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 단체교섭도 플랫폼 기업, 정부, 라이더 유니온의 삼자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단체행동 역시 사업장이 뚜렷이 없으므로, 주문 및 배달앱의 서버를 중지시키거나 노조의 전달 사항을 팝업 창에 띄워 흩어져 일하는 배달 노동자가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방식이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출범식에서 노동자 대표들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출범식에서 노동자 대표들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질문 5: 그래서, 결국 돈은 누가 내야 하는데?

우버를 비롯한 상당수 플랫폼 기업이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전통 제조업의 거인을 가볍게 제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운수업의 개념을 바꿀 차량 공유 서비스 1위 업체가 앞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것으로 투자자들이 본다는 의미다.

플랫폼 경제는 독점이 원리인 경제다. 통상의 경제는 독점이 소비자잉여의 감소를 낳지만, 플랫폼 경제는 다르다. 카카오톡 같은 에스앤에스(SNS)가 5개쯤 올망졸망 사용된다고 생각해 보자. 이용자들은 여러 개 앱을 다운받고, 친구에 따라 앱을 바꿔서 보내는 등 여러모로 불편할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은 가입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으게 된다. 이를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초기에 선두가 되기 위해, 그래서 독점기업이 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한다. 우버가 매년 수십~ 수백억 달러의 적자를 보면서도 돈을 쏟아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독점이 된 뒤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4400만명이 이용한다는 카카오톡 대화창에 광고를 띄우기로 하면서 카카오의 주가가 급등한 사실이 이를 말한다. 이를 믿고 벤처 투자자들도 적자 기업에 뭉칫돈을 투자한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의 화려한 그늘에서 노동을 담당하는 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플랫폼 기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돈을 내야 하고, 타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우선 주목할 것은 독점적 플랫폼 기업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의 원천. 바로 데이터다. 고객 데이터는 고객의 나이, 성별, 사는 곳, 소득, 기호나 주문성향 등 쉽게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이런 데이터는 수많은 이용자로부터 무상으로 얻은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우버, 에어비앤비, 카카오톡에는 이용자가 자신의 신상이나 자동차, 집 등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올린다. 이를 활용해 돈을 버는 플랫폼 독점기업은 소유도 고용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회적 의무에서 예외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이 확보한 데이터를 사회의 공유자산으로 보고, 이를 활용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 걸맞은 분배구조를 고민할 때라는 의견이 퍼진다. 플랫폼 세(稅)든 데이터 세(稅)든 이를 활용해 이익을 내는 대가를 플랫폼 기업이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이익을 보는 쪽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주문중개 및 배달중개 플랫폼 기업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출연해서 산재, 고용보험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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