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국 시내버스 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버스영업소에 주차된 버스에 준공영제 시행을 촉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용인/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고심 끝에 ‘묘수’를 찾은 셈일까. 정부는 법제도에 막혀 있는 버스업계에 대한 국비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각종 우회로를 동원해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민의 발’이 묶일지 모른다는 우려에 활로를 모색한 셈이다.
정부는 먼저 버스운송사업을 지자체 사무로 규정하고 있는 법제도 탓에 직접 보조금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버스운송사업 지원은 국가재정법 등이 정하고 있는 ‘지방사무’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업계에 국비를 지원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4조1항은 ‘버스운송사업 재정지원’을 중앙정부 보조금 금지사업 160여개 가운데 하나로 직접 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버스운송사업에 대한 지원금은 2014년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일반 보통교부세에 포함돼 모든 재원이 이미 지자체에 지급된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중앙정부 재원을 투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교통 인프라 투자에 사용하도록 규정된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활용하는 우회로를 뚫었다. 현행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보면, 정부는 ‘교통체계 지원’ ‘교통시설의 개선’ 등을 위해 특별회계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을 활용해 버스 관련 인프라 확충, 교통 취약 지역 주민의 교통권 보장에 해당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교특회계법 개정 없이 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셈이다.
정부는 재정사업에 비해 문턱이 낮은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선택했다. 현행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신규 채용 1명당 60만~8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또 신규 채용을 전제로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도 일부 보전해주게 돼 있다. 500인 이상 버스사업장은 신규 채용 1명당 기존 노동자 20명까지 40만원 한도 내에서 1년간 임금을 지원하도록 돼 있는데, 정부는 이를 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를 위해 기금운용 계획을 변경하는 등 후속 조처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광역버스의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광역버스복합환승센터 지원 등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버스요금 인상을 위한 지자체와의 합의점 도출에도 마지막까지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장관 회의 뒤 “노사·지자체 등이 마지막까지 합의점을 이끌어내 시민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도 지원을 위한 노력을 한 만큼 현실적인 대안인 버스요금 인상을 위한 지자체의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정부의 해법으로 ‘파업전야’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별회계를 이용한 국비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경기도와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버스요금 인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우회적으로라도 재정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경기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공동 생활권인 서울과 인천의 버스요금 인상 없이 경기도만 요금을 올릴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서울의 경우 지난해부터 운전인력 300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운행대수 감소 등 주 52시간제를 대비해왔다”며 “서울시로선 요금을 인상할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노현웅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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