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실적에 대해 연 0.5~0.75% 금리로 저리 지원해주는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총 25조원 한도·옛 총액한도대출) 계정에 11조원이나 여유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한국은행 원화대출금(월말 잔액) 내역을 보면, 지난 4월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실행잔액은 13조6518억원(지방중소기업지원프로그램 한도 5조9천억원 포함)이다. 총한도 25조원 가운데 11조3482억원이 여유분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한도가 25조원으로 늘어난 2016년 3월 이후로 실행잔액을 보면, 2017년 10월(17조5145억원·최고치)에 견줘 3조8627억원 감소했다.
금융중개대출은 국내 16개 시중은행이 먼저 중소기업에 대출해주고난 뒤에 “이 대출실적건이 한은의 지원 요건에 해당한다”고 매월 한은에 보고하면, 한은이 요건 합당 여부를 따진 뒤에 해당 신규대출실적의 일부 자금(25%)에 대해 저리(연 0.5~0.75%)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기준금리(1.75%)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은행에 기업대출용 자본의 조달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중소기업대출안정화 프로그램(한도 11조원) △고용·창업을 지원하는 신성장·일자리지원프로그램(한도 6조원) △지방중소기업지원(5조9천억원) △무역금융지원(1조5천억원) △영세자영업자지원(5천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실행 잔액이 줄어든 까닭은 뭘까?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시중은행에 대해 가계대출을 누르고 있는터라 시중은행마다 요즘 기업 여신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려고 하고 있다”며 “신용과 담보력이 열위 상태인 중소기업에는 대출을 타이트하게 운용하지만 대체로 중소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려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고용·창업·시설투자 대출을 줄이고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대출실행 잔액이 줄어 한도 여유분이 5조원 넘게 남아 있는 이유는 총 11조원 한도인 ‘중소기업대출안정화’ 프로그램에 있다. 2014년에 한시적으로 새로 도입된 중소기업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현행 중소기업대출안정화 프로그램으로 명칭 변경)은 일몰기한이 몇 차례 연장되다가 2017년 9월부터 신규 지원은 종료되고, 다만 기존 취급 대출잔액은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한은 쪽은 “만기 상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신규대출은 없어서 이 프로그램 대출잔액이 감소중이고, 이에 따라 금융중개지원대출 전체 대출액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게다가 중소기업대출안정화로 바뀐 이 프로그램은 저리 지원 요건으로 창업·시설투자 같은 특정 활동을 지정하지 않은 채 중소기업 자금 공급과 관련한 일종의 ‘거시 경제적 비상조처 예비자금’으로 편성돼 있다. 한은은 “전반적인 금융경제 상황이나 중소기업 자금공급 상황 등 거시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언제든지 즉시 활용하기 위한 한도”라고 말했다. 즉 이 프로그램이 실제 가동은 되지 않고 있는터라 11조원에 이르는 한도 대부분이 여유로 남아 있는 셈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1994년에 도입된 ‘총액한도대출’이 2013년 말에 이름을 바꾼 것으로, 총대출한도는 2013년 4월 12조원, 2015년 4월 20조원, 2016년 3월부터 25조원으로 늘었다. 대출금리도 2013년 4월 연 0.5~1.25%에서 2015년 4월부터 0.5~0.75%로 낮아졌다. 금리는 4년째, 한도는 3년째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도와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정·결정한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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