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총수들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롯데에 이어 엘지(LG)·한진·두산의 동일인(총수)이 변경됐고, 총수의 건강악화·고령·경영퇴진 선언 등으로 조만간 교체가 예상되는 그룹도 10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엘지·한진·두산 등 3개 그룹의 동일인을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변경 사유는 모두 기존 동일인의 사망이다. 재계 4위 엘지는 구본무 회장에서 구광모 회장으로, 재계 13위 한진은 조양호 회장에서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로, 재계 15위 두산은 박용곤 명예회장에서 박정원 회장으로 각각 교체됐다. 공정위는 “한진의 경우 총수일가 내부의 의사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해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조원태 대표가 현실적으로 지배력 행사자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14조에 따라 동일인으로 직권 지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향후 한진이 동일인을 다른 사람으로 변경하겠다고 신청하면 적합 여부를 검토해서 내년 지정 때 반영하기로 했다. 동일인은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재벌)의 경영권을 쥔 총수를 뜻한다.
공정위는 지난해에는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을 각각 이건희 회장,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한 바 있다. 불과 2년 동안 5명의 그룹 총수가 바뀐 셈이다. 총수의 건강악화, 고령 등으로 조만간 동일인의 추가 변동이 예상되는 재벌도 10곳을 넘어, 재벌 총수의 세대교체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정몽구 회장)와 효성(조석래 명예회장) 등 2곳은 총수의 나이가 80살을 넘은데다 건강이 좋지 않다. 공정위는 현대차의 경우 정 회장에 대한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의사 소견서를 받았는데, 아직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신세계(이명희 회장), 대림(이준용 명예회장), 부영(이중근 회장), 중흥건설(정창선 회장), 한국타이어(조양래 회장), 태영(윤세영 회장), 애경(장영신 회장) 등 7곳은 총수의 나이가 75살을 넘었다. 코오롱(이웅열 회장), 동원(김재철 회장) 등 2곳은 총수가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했다. 공정위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엘지·두산의 동일인 변경은 창업주 이후 4세대로는 처음”이라며 “지난해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 변경에 이어 동일인의 세대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이날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재벌) 59개를 지정했다. 애경과 다우키움이 새로 지정되고 메리츠금융, 한솔, 한진중공업은 제외되면서 지난해 60개보다 1개가 줄었다. 소속 회사는 2083개로 20개가 늘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등 공시·신고 의무와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는다.
공정위는 또 이 중에서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34개를 지정했다. 카카오와 에이치디시(HDC)가 새로 지정돼 지난해 32개보다 2개가 늘었다. 소속 회사는 1332개로 89개 증가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계열사 간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와 금융보험사 보유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제한 규제가 추가 적용된다.
대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금융보험업 계열사 제외)은 한해 전 71.2%에서 67.8%로 낮아졌다. 또 자산은 1996조원에서 2039조원으로 73조원 늘었고, 매출(금융보험업 계열사 제외)은 1359조원에서 1422조원으로 63조원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00조2천억원에서 92조5천억원으로 7조7천억원 줄어 수익성이 나빠졌다.
또 상위 집단으로의 자산 쏠림과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롯데 등 상위 5대 재벌의 자산·매출이 전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4%, 57.1%로 절반을 넘었다. 당기순이익 비중은 72.2%에 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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