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계의 ‘총아’로 불리는 ‘유니콘기업’이 한국은 미국의 22분의 1, 중국의 11분의 1에 불과하고, 글로벌 10대 유니콘산업 가운데 한국은 4개 산업에만 진출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시비(CB) 인사이트’의 글로벌 유니콘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유니콘기업 수는 8개로, 미국(173개), 중국(89개), 영국(17개), 인도(16개)에 이어 독일과 함께 5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한국의 유니콘기업 수는 2014년 1개에서 2015년 2개, 2018년 3개, 2019년 5월 8개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으나, 미국·중국 등에 견줘 수적으로 열세다. 유니콘기업은 설립된지 10년 이하이고,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또 글로벌 유니콘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10대 산업인 전자상거래, 핀테크, 인터넷소프트웨어, 헬스케어, 수요산업(승차공유·음식배달 등), 전기차, 빅데이터, 교육, 전자보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에서 한국은 전자상거래(쿠팡·위메프), 핀테크(비바리퍼블리카), 인터넷소프트웨어(옐로모바일), 수요산업(우아한형제들) 등 4개에만 진출해 있는 ‘반쪽’ 상태다. 헬스케어, 전기차, 빅데이터, 교육, 전자보안, SNS 등 6개 산업에는 한국의 유니콘기업이 1개도 없다. 한국의 유니콘기업이 없는 6개 산업분야에 진출한 글로벌 유니콘기업 72개의 시가총액은 1426억달러(한화 168조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 유니콘기업 8개의 259억달러에 비하면 5.5배다.
한경연은 한국 유니콘기업의 진출업종이 적은 이유를 규제방식에서 찾았다. 한경연은 “헬스케어산업에서 비의료기관과 환자 간 직접검사(DTC) 검진 항목은 ‘이것만 되고 다른 것들은 안된다’는 식의 포지티브 방식으로 되어 있다”며 “빅데이터산업도 비식별 데이터를 개인정보로 간주하고 상업적 활용을 금지하는 규제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또 한국 유니콘기업들은 기업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의 방법으로 초기 투자금을 회수한 경우가 지난 10년간 카카오 1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34개 유니콘기업이 상장 또는 인수합병을 했고, 중국도 30개에 달했다.
한경연 유환익 혁신성장실장은 “한국의 유니콘기업을 육성하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시키려면 현행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이것만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헬스케어, 빅데이터 분야는 규제만 완화하면 산업발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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