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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좋은 글은 ‘갑질’하지 않는다

등록 2019-05-17 09:00수정 2020-04-11 12:37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① 글 쓸 때도 사람이 먼저다

②‘대한’을 대하는 자세

③‘의’와 전쟁을 선언하라

④‘빵들과 장미들’이 어색한 이유

⑤ 갖지 말고 버리자

⑥ ‘것’을 줄여쓰라

⑦ 주어에 서술어를 응답하라

쌍상에 맞춰 ‘응답하라’

동사가 먼저다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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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충청남도에서 만든 보도자료다.

충남도, 물가안정 위해 상반기 중 공공요금 동결 추진

충남도는 물가안정을 위해 상반기 중 공공요금 동결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지방공공요금을 상반기 중 동결한다는 원칙하에 인상하기로 심의 결정이나 조례 개정 등으로 1월 사용분부터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도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조정 결정하여 물가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서민가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道의 지방공공안정 방침에 따라 ▲공주시는 상·하수도료 인상(1월 사용분부터 상수도료 8.5%, 하수도료 6.5%)을 심의 결정(2010. 10.28)하였으나 조례개정시 보류 결정(2011. 1.26) ▲논산시는 하수도료 인상(1월 사용분부터 38.0%) 조례개정 공포(2010. 12.30)하였으나 인상 보류하고 하반기 적용 결정(2011. 1.17)했고, ▲태안군은 상·하수도료 인상(2월 사용분부터 상수도료 55.3%, 하수도료 43.8%) 조례개정 공포(2010. 12.31)하였으나 인상 보류하고 하반기부터 적용키로 결정(2011.2.11)했으며, 기타 시·군에서도 인상 요구에 대해 상반기 불가 방침을 정하고 지방공공요금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道의 관계자는 “지방공공요금 안정 노력이 가시화되면 타 물가의 인상 요인과 서민가계 부담이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며, “사업자는 경영 개선 등을 통한 인상 요인 자체 흡수, 소비자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 등 도민 모두가 물가안정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어떤 사람은 이 보도자료가 충분한 설명을 해주는 친절한 보도자료가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이 보도자료를 만든 사람은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보도자료를 쓴다면, 1차 독자는 기자다. 기자가 어떤 문장을 쓰는지를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만약 그랬다면 이런 보도자료를 만들 생각은 못했을 거다. 기자의 글쓰기는 간결체다. 짧게 쓴다. 이 보도자료는 1차 독자가 원하는 것과 거꾸로 가고 있다. 2차 독자인 주민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런 보도자료를 읽고 싶은 주민은 없을 것이다. 인내하며 읽더라도 무슨 뜻인지 곧바로 다가오지 않는다.

먼저 문장을 짧게 써야 한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너무 길다. 그러다보니 어떤 지자체가 상수도료를 내리는지, 어떤 지자체가 하수도료를 내리는지 한눈에 와닿지 않는다.

내가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남을 배려하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이 보도자료에는 ‘인상을 심의 결정했으나 조례개정시 보류 결정했다’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 기자와 주민에게 필요하지 않는 내용이다. 공무원으로선 이런 심의 의결 사항이나 조례개정 사항이 중요하지만 독자는 그런 내용보다 올리는지 내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언론 문법에 맞춰 쓰는 것도 부족하다. 각 단체마다 글 쓰는 방식이 다르다.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보고서는 주로 ‘개조식’(個條式)으로 쓴다. 한자 의미를 보면, 낱 개(個), 가지 조(條)다. 가지를 하나하나 치는 방식이란 뜻이다. 개조식 글쓰기는 글을 쓸 때, 앞에 번호를 붙여가며 짧게 끊어서 중요한 요점이나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이다. 개조식으로 쓸 때는 조사, 접속사, 접미어, 형용사 등을 최대한 쓰지 않는다. ‘~함’ ‘~임’ ‘~됨’과 같이 끝난다.

하지만 기자 글쓰기는 또 다르다. 명사로 글이 끝나는 게 아니라 문장으로 글을 맺는다. 기자는 표현 방식도 다르다. 연도를 쓸 때 개조식은 ‘2018.5.10.’ 이렇게 쓴다. 하지만 기자는 ‘2018년 5월10일’이라고 쓴다. 이 보도자료는 개조식에도 어긋나 있다. 날짜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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