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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소득주도성장 논쟁’, 최저임금 넘어 노동교섭력 강화 정책 결합해야

등록 2019-05-23 14:25수정 2019-05-23 15:50

<한겨레>가 소득분배연구 최신동향 살펴보니
박강우·김배근 “노동 임금협상력·시장독과점 개선해야”
저숙련 노동 중심 ‘생산성에 못미치는 임금’ 확인

자영업자 낮은 소득이 노동소득분배율 더 악화시켜
‘최저임금‘ 넘어 한국경제구조 특성 반영 정책 결합

생산성·임금·분배 ‘추세’ 둘러싼 논란을 넘어
“다양한 진단과 정책처방 제출 논쟁으로 전환돼야”
지난 21일 정부가 연 ‘최저임금 영향분석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부문의 고용·소득·근로시간을 줄이는 효과와 함께 전체 노동시장에서 저임금계층 감소 및 임금격차 축소를 동시에 가져왔다는 현장 실태 파악 보고서가 나오면서 소득주도성장(이하 소주성) 논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경제학계에선 ‘소주성 정책실행의 현실적 필요성’을 한복판에 놓고 실질임금·노동생산성·노동소득분배율 지표 논쟁이 일고 있다.

<한겨레>가 더 많은 소득분배 연구 최신동향을 살펴보니 우리 사회경제구조에서 △저숙련 노동을 중심으로 생산성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자영업자의 낮은 소득이 노동소득분배율을 더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최저임금 제도 단 하나 및 생산성·임금·분배 ‘추세’ 논란을 넘어 시장독과점 개선·노동자 임금교섭력 강화 등 한국 경제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진단과 ‘현실 정책처방’ 제출 논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요청이 나온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생산성·임금 논쟁

논쟁은 지난달 박정수 서강대 교수(경제학)가 소주성 정책이 과연 지금 필요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붙었다. 대체로 2000년대 들어 시장에서 임금노동자들이 경제성장 및 노동생산성 기여분에 합당한 실질임금을 받고 있으니 굳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제도·정책으로 소주성을 펼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즉각 반박에 나선 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비록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명목임금은 생산성이나 경제 전체 성장 속도에 따라 어느 정도 올랐으나, 총취업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임시·일용직 및 자영업자, 특히 자영자의 (임금)소득이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0~2017년까지 한국은행 국민계정 및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연결해 실증분석해 보면, 자영업자의 노동소득까지 포함한 이른바 ‘보정 명목임금’이 명목생산성(명목 국내총생산(총부가가치)/총취업자)보다 지난 17년간 내내 더 낮았다는 것이다.

국민계정에서 ‘비법인 개인·기업 영업잉여’ 항목으로 포착되는 자영업자 소득은 노동소득배분 계산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24.9%(2019년 4월)를 차지하고, 소주성을 설계하고 정책으로 이끌어온 홍장표 교수(청와대 정책기획위 산하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도 임금노동자 소득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임금주도 대신에 자영업을 포괄하는 ‘소득주도’로 명명한 바 있다. 그러나 자영업 소득은 혼합소득으로, 자신의 투하노동에 대한 대가로서의 노동소득과 기계·설비 등을 투자한 대가로서의 자본소득이 혼재돼 있다. 물론 분리는 쉽지 않다. 어느 만큼을 노동소득으로 잡을 것인지는 국제적으로 오랜 논란의 대상이다. 주 교수는 자영업의 노동-자본소득도 다른 일반법인부문에서와 동일한 비율로 이 두 소득이 분리될 수 있다고 간주하고 ‘자영업 노동소득’을 추정해 분석했다.

이어 하준경 교수(한양대)는 경제 전체의 종합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명목GDP/실질GDP)와 소비자물가지수로 ‘실질 생산성’과 ‘실질 임금’을 구해 따져보면 생산성과 임금, 이 두 지표 사이의 괴리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임금 없는 성장’은 (박 교수가 주장하는)착시가 아니라 실체가 있는 현상”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 감소 등으로 노동자가 생산한 자본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자 기업들이 생산요소 가운데 노동을 줄이고 자본으로 대체해 왔으며 △이와 반대로 노동자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소비재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져 노동자 실질소득이 정체됐다고 말했다. 이 두 요인이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이 가져가는 분배 몫을 줄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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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소득분배율 논쟁

‘생산성과 임금’으로 촉발된 논쟁 구도는 점차 노동소득분배율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내에서 생산된 총부가가치 중에서 노동 몫(임금노동자가 가져가는 피용자보수+자영업자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분배율이 하락하고 있다면 자본(기업)이 영업잉여(이윤)로 가져가는 몫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흥미로운 건 노동소득분배 지표로 논쟁이 옮겨가면서 노동분배 악화를 낳고 있는 구체적인 요인들이 진단·해명되고 이에 따라 현실적인 정책처방도 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공식 국민계정(분배)에서 자영업 소득을 전부 영업잉여로 분류하지만, 학계에서 자영업 노동소득을 추출해 포함·보정한 ‘조정 노동소득분배율’ 지표는 1997년 환란 사태 이후 경향적으로 낮아지는 흐름이 실증적으로 확인된다. 박강우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가 한은 국민계정 자료를 이용해 계산(2018년 ‘노동소득분배율 변동요인’, <산업경제연구>)해보니 우리나라 전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75~2015년 사이에 약 12.9%포인트 하락했고, 제조업은 1980~2015년 사이에 9.1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자영업 소득을 포함할 때 노동소득분배율이 과대 혹은 과소추정되는 현상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자영업 영업잉여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영업부문을 포함한 국내 전산업의 노동소득 비중과 동일하다‘고 가정했다.

일반적으로 학계는 노동소득분배율 변동(하락) 요인으로 △호황·불황 등 경기적 요인 △생산기술 변화 등 기술적 요인 △지구경제 세계화 요인 △산업시장구조 등 구조적 요인 △노동자의 협상력 같은 제도적 요인에 주로 주목해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추세는 외국처럼 로봇 같은 자본이 노동을 점점 대체해서라기보다는 노동의 가격(임금) 몫이 생산성 향상에 비해 너무 싸지고, 반대로 자본이 가져가는 보수는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 경제구조에서 자본과 노동은 대체관계보다는 보완관계가 좀더 우세하다”며 “정보기술(IT) 진보 및 교육수준 향상 등으로 노동의 효율과 생산성을 반영하는 유효 숙련도가 높아졌다. 숙련노동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지식·기술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자본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완적으로 노동을 더 많이 쓰게 하는 자본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펴면 고용이 늘어 노동 몫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박 교수는 ‘노동자 협상력’에 주목한다. 그는 “고숙련 노동을 필요로 하는 자본투자가 필요하지만 저숙련노동은 자신들의 생산성만큼 가져가기 어렵고 자본투자가 노동을 보완하기보다는 대체해버릴 공산이 크므로 협상력을 지지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고용보험·근로장려금 확충 정책으로 취약노동계층의 교섭력을 강화시켜줘야 생산성 향상 속도에 비례·상응하는 실질임금 상승 속도를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 한국경제 특성 고려한 진단·정책수단

김배근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2018년과 2016년에 각각 외국 경제저널에 실은 ‘한국 노동소득분배 흐름 결정요인’ 관련 두 논문에서 한은 국민계정(1981~2013년)의 피용자보수 자료 및 전산업(비농업)의 15세 이상 인구 중 각 산업의 취업자 비중을 고려해 ‘소규모 개방경제’ 한국에서 무엇이 노동소득분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실증분석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노동분배몫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장기적으로는 각 산업에서 생산·판매활동을 하는 모든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집중도와 노동조합 교섭력 이 두 요인이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 제조업에서 △기업·산업에서 시장구조(독과점 시장지배력) 변동 △노조 교섭력이 분배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여기서 시장지배력에 따른 자본의 이윤몫은 ‘마크업 비율’(제품판매가격/인건비 및 중간재·원재료 등 생산비용)로 측정된다. 이 두 요인에서 비록 고임금노동부문은 수혜를 입고 있을 수 있으나, 주상영 교수의 주장대로 저임금부문은 ‘임금 상실’을 겪어 왔을 공산이 크다. 김 교수는 “노동소득분배 영향요인은 각국 경제구조의 특성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자본축적 및 노동-자본의 상호 대체관계가 장기 노동소득분배에 중요한 영향력을 갖는다고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두 요인이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실증 발견된다”고 말했다.

요컨대 김 교수와 박 교수 둘다 공통적으로 △‘자본재 가격 하락으로 우리 기업들이 자동화설비 등을 통해 기존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면서 노동 몫이 줄어들고 있다’는 일반적인 설명이 한국경제에서는 입증되지 않으며 △기업·제품의 시장 독과점이 높아지고 노동의 임금교섭력은 낮아지면서 자본이 가져가는 몫은 늘고 노동소득분배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시장 독점이 높아지면 독점이윤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노동이 가져가는 인건비 비중은 낮아지게 된다. 최저임금 논쟁과는 별개로, 김 교수는 “시장구조와 노동자 교섭력 강화를 위한 정책수단이 우리 현실에서 노동소득을 높이기 위한, 정확한 진단에 기초한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일 수 있다”며 “경제구조의 특징을 고려한 소득분배 진단과 정책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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