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0위 현대중공업이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근절 대책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납품업체의 설계도면 등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 전달하는 법위반행위를 지속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29일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가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하도급업체의 설계도면 등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으로 과징금 4억3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두 회사와 임직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설계도면 등 기술자료를 수급사업자에 요구하고, 제3자에 이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유용을 제재한 것은 두산인프라코어와 아너스(물걸레청소기 제조업체)에 이어 3번째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회사로, 굴삭기 등 건설기계를 제조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은 굴삭기 부품인 하네스의 남품가를 낮추려고 기존 거래선인 6개 하도급업체의 설계도면 등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 전달해 납품 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 견적을 받았다. 이를 통해 기존 공급업체의 납품가를 최대 5% 내렸다. 현대건설기계도 하도급업체의 하네스 도면을 세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에 전달했다.
또 두 회사는 지게차용 배터리 충전기, 휠로더 신규 모델용 드라이브 샤프트, 굴삭기용 유압밸브의 시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목적으로 경쟁입찰에 참여한 하도급업체의 도면을 제3의 업체에 제공해 견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두 회사는 62개 하도급업체에 514개 품목의 승인도 등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서 의무화한 서면 요구방식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 두 회사의 법위반 행위는 문재인 정부가 하도급 갑질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2018년 2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유용행위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발표한 시점에도 지속됐다. 또 공정위가 2017년 12월 직권조사를 착수한 뒤에도 5개월간 계속됐다.
현대건설기계는 이에 대해 “공정위가 지적한 기술자료 요구 절차 및 서면발급 등 일부 미비한 부분은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면서도 “기술유용 부분은 의결서가 송달되면 면밀히 검토해 추후 재소명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는 공정위에 “하네스 납품업체의 도면은 현대중이 제공한 회로도 등을 하나로 합친 것에 불과해 법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하나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원사업자가 납품업체에 부품사양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고, 하네스 제조업체의 도면에는 제작에 필수적인 부품정보와 작업정보가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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