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본계약 맺고도 아직 기업결합 미신고
유럽·중국 등 9개국 경쟁당국에도 내지 않아
사전준비 미흡·부정적 승인 전망에 당황 분석
공정위 “일부 경쟁제한 가능성…낙관 어렵다”
현대중 “신고시점·우선순위 면밀한 검토 필요”
6월 중 EU 제출…이후 한국·중국 등 낼 계획
유럽·중국 등 9개국 경쟁당국에도 내지 않아
사전준비 미흡·부정적 승인 전망에 당황 분석
공정위 “일부 경쟁제한 가능성…낙관 어렵다”
현대중 “신고시점·우선순위 면밀한 검토 필요”
6월 중 EU 제출…이후 한국·중국 등 낼 계획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회사 분할 및 신설 중간지주회사 서울 이전을 추진하면서 노사 대립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무리한 인수 추진으로 노사 갈등만 자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현대중공업 쪽 말을 종합하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8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산업은행과 체결한 뒤 3개월이 다가오도록 아직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세종청사 앞에서 잇달아 승인반대 집회를 열고, 감사원에 심사가 위법·부당하게 이뤄지지 않는지 감시해달라고 공익감사까지 신청했지만 정식 신고서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에 영향을 받는 유럽연합(EU)·중국·싱가포르·우크라이나 등 9개국의 경쟁당국으로부터도 승인을 얻을 계획인데, 아직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120일(연장 포함)이지만 자료보정 기간은 별도여서 최소 6개월 이상씩 걸리기 때문에, 자칫 기업결합 심사 지연에 따른 노사갈등 장기화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의 사전검토·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외국 당국의 승인을 얻는 게 쉽지 않다는 부정적 전망이 많아 신고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실제로 공정위 안에서조차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일부 선박 종류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시장점유율이 높아 가격인상과 같은 경쟁제한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각각 세계 1·2위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경우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80~90%에 이른다. 공정위 한 간부는 “기업결합 회사를 포함한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으면 경쟁제한성이 높다고 본다”며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경쟁당국 중에서 단 한곳만 반대해도 성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과거 외환위기 직후 기아차·대우차 등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때는 주무부처 장관이 사실상 태스크포스 책임자를 맡아 사전에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시행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준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기업결합신고가 지연되는 것은 준비 부족 때문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느 나라부터 신고하는 것이 유리한지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각국의 승인을 얻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돌파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6월 중 유럽연합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한국·중국 등은 그 이후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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