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정책 기준금리가 연 1.75%로 동결됐다. 작년 11월 이후 연속 동결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이주열 한은총재(의장) 주재로 통화정책방향결정 정기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됐지만, 이날까지 포함해 올해 상반기에 4차례 열린 회의에선 연속 동결됐다. 총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조동철 위원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제출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성명서에서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등의 전개상황과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또 현재 국내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 “국내경제는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소비가 완만하나마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1분기의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며 “고용 면에서는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높아졌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흐름은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겠으나 소비가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난 4월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전망(수정)에서 올해 하반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7%, 연간 성장률을 2.5%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수출과 고용 등 국내 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것 등이 꼽힌다. 경제 활력 둔화로 성장률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하고, 각 기관이 올해 성장전망치를 2% 초반대로 낮추고 있어 금리 인상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여러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인상보다는 인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한은은 1.75% 정책금리 수준은 우리 경제 여건에서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경기가 점차 회복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하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산업생산과 투자는 4월까지 두 달 연속 동반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과의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날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이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제출해 주목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에 촉각이 쏠린다. 통상적으로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제출되면 몇달 뒤에 그 방향대로 금리 향방이 조정되는 패턴이 빈번하게 관찰돼 왔다.
게다가 소수의견이 확인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원화 가치 약세)을 모색할 것이라는 시장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를 주장한 소수의견 제출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가 심리적으로 확산되면서 달러 선호 현상을 유지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일단 한은의 금리 조정은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7월 18일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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