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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총수 지분 줄었지만 내부거래는 그대로 ‘눈가리고 아웅’

등록 2019-06-05 15:58수정 2019-06-05 20:12

태광·GS·한화·대림·SK·LG 6곳 분석
총수일가 사익편취 위험성 축소 효과
하지만 내부거래 종전과 같거나 늘어
일감 독점에 독립기업 사업기회 차단
공정위 “재벌 자율개혁” 홍보 빛바래
태광은 지난해 4월 총수일가가 99% 지분을 가진 전산관리(SI)업체 ‘티시스’를 투자부문-사업부문으로 분할한 뒤 사업부문의 총수일가 지분 일부를 태광산업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어 티시스 사업부문을 지난해 8월 태광관광과 합친 뒤 합병법인(현 티시스)의 총수일가 지분 일부를 다시 공익법인에 증여해 18.7%로 낮췄다. 합병 전인 2017년 태광관광의 내부거래액은 89억원이었는데, 합병 이후 현 티시스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959억원을 기록했다. 옛 티시스의 계열사 전산관리를 현 티시스가 그대로 맡으면서, 내부거래에는 실질적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5일 <한겨레>가 지난해 이후 총수일가 지분 축소 등 내부거래 개선안을 내놓은 에스케이(SK)·엘지(LG)·지에스(GS)·한화·대림·태광 등 6곳을 대상으로 5월 말에 공시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과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그룹의 계열사간 내부거래액이 종전과 같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는 지난해 8월 에스아이업체인 한화에스앤씨를 사업부문으로 분할한 뒤 총수일가 지분 100%를 외부매각 및 합병으로 모두 해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화에스앤씨 사업부문을 흡수한 한화시스템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2443억원으로 2017년 613억원에 비해 4배로 커졌다. 한화에스앤씨가 맡았던 계열사 전산관리업무가 한화시스템으로 그대로 넘어간 것이다.

지에스는 지난해 4월 총수일가 지분이 100%인 빌딩관리업체 ‘엔씨타스’를 청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계열사 빌딩관리 업무는 지에스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로 이관됐다. 자이에스앤디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엔씨타스 업무 이관과 지에스건설 분양업무 증가로 9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해 전의 667억원에 비해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에스케이도 지난해 11월 빌딩관리업체인 에스케이디앤디의 총수일가 지분 24%를 외부에 매각했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163억원으로 한해 전 75억원에 비해 100% 이상 급증했다. 엘지 역시 지난해 12월 물류회사인 판토스의 총수일가 지분 19.9%를 외부에 팔았지만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1조5천억원으로 전년대비 8% 늘었다.

대림은 유일하게 내부거래가 감소했다. 대림은 지난해 7월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에이플러스디의 총수일가 지분 100%를 계열사인 오라관광에 증여했다. 오라관광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53억원으로 전년도의 3분의 1로 줄었다.

재벌들이 총수일가 지분을 줄였지만 내부거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와 부당지원, 독립기업에 대한 사업기회 차단 등의 폐해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규제와 사회적 비난만 피해가는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거래 개선안을 내놓은 6개 그룹 가운데 태광·한화·대림·에스케이·엘지 등 5곳은 지난해 이후 공정위의 부당지원 조사를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이총희 회계사는 “내부거래가 많은 회사의 총수지분을 낮추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발생한 이익이 총수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내부거래가 지속되면 일감몰아주기 해소나 독립기업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 같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태광·한화 등이 총수일가 지분을 줄이면서 회사 분할·계열사 합병·사명변경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은 외부에서 내부거래 변화를 추적하기 힘들도록 하려는 일종의 ‘법인 세탁’이 아닌지 의심한다.

공정위는 재벌의 개선안 발표를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근절 노력에 따른 자발적 개혁 성과로 홍보해왔지만 빛이 바라게 됐다. 기업집단정책과 정창욱 과장은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 기조는 지속하겠지만, 독립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일감 개방은 법으로 강제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의 일감 독식이 지속되는 한 독립 중소기업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내부거래가 심한 전산관리·물류업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효율성·보안성 등 사익편취 규제 예외인정 사유의 타당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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