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7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6억6천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모습. 부산/연합뉴스
83개월 동안 흑자 행진을 이어오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우리 경제 기초여건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5일 4월 경상수지가 6억6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경상수지는 상품·서비스 수출입으로 발생하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급여·배당·이자 등에서 비롯한 본원소득수지, 그리고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수출(483억달러)이 전년동월대비 6.2% 감소하면서 상품수지의 흑자폭이 줄어든 게 4월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감소가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한은 발표 직후 기획재정부도 이례적으로 4월 경상수지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즉각 배포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경상수지는 외환보유고와 함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대표적 지표인데다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이탈 우려를 의식한 발표로 해석된다. 기재부 쪽은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돼 정부가 같이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한은 쪽과) 협의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고와 함께 ‘양호한 펀터멘털’ 지표로 여겨져온 경상수지가 심상치 않은 쪽으로 돌변하면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느껴진다.
경상수지 적자 배경에 대한 한은과 정부의 설명은 똑같다. “작년 12월 결산 국내법인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외국투자자들에게 주는 배당금을 4월에 집중 지급(67억8천만달러)하고 외국인들이 이를 곧바로 달러로 바꿔 자국으로 송금했으며, 이에 따라 배당소득수지 적자(-49억9천만달러)를 포함한 본원소득수지가 일시적으로 큰 폭의 적자(-43억3천만달러)를 냈기 때문이다.” 계절적 일시 요인인 배당지급이 해소되는 5월엔 다시 흑자로 전환될 것이고, 경상수지는 본래 계절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지표인 만큼 월별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여전히 탄탄한’ 기조적 흐름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경상수지를 비롯한 각종 시계열 경제지표에는 계절적 요인, 생산성·인구구조·기술 변동 같은 구조적·추세적 요인, 그리고 국내외 호황·불황 경기순환 사이클에 따른 경기변동 요인 등이 섞여 있다. 한은과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 전환에 대해 계절적 요인을 강조했지만, 구조적 및 경기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데다 이런 요인의 힘이 갈수록 부정적 방향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경상수지가 적자 행진으로 돌변하는 상황이야 가능성이 낮지만, 수출 둔화에 따른 ‘흑자폭 감소’가 하나의 추세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배당소득수지 적자폭이 올해 4월보다 더 컸던, 작년 4월(-63억6천만달러·역대 1위)과 재작년 4월(-51억2천만달러·2위)에도 경상수지는 각각 13억5천만달러, 31억8천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당시 상품수지 흑자폭(2018년 4월 96억2천만달러, 2017년 4월 109억2천만달러)이 커 배당금 요인을 충분히 상쇄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4월은 상품수지 흑자가 56억6천만달러에 그쳐 역부족이었다. 궁극적으로 경상수지는 수출에 달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은과 정부는 “1997년 환란 이후 연간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적은 단 한번도 없고, 최근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수입도 감소하는 터라 올해 연간으로 상품수지는 1000억달러 안팎 흑자를, 경상수지도 6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