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D)램 반도체 가격이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영향으로 오는 3~4분기에 애초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하반기 반도체 단가 회복 등으로 수출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의 올해 하반기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2.7%)와 정부의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2.6~2.7%) 달성도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에 따라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전 분기 대비 애초 1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디램의 올해 3분기 가격 전망치를 10~15% 하락(전체 제품의 평균)으로 재조정한다고 7일 밝혔다. -2~-5%로 잡았던 4분기 가격 하락 전망은 ‘최대 10% 하락’으로 재조정됐다. 올 하반기 디램의 가격 하락 폭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인 ‘디램’은 개인컴퓨터(PC)와 스마트폰에 널리 사용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을 견인한 주력 제품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하향 조정 이유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 때문에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과 서버 제품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란 점을 꼽았다. 하반기는 디램 수요 성수기로 꼽히지만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가격 하락 추세가 애초 예상보다 더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점유율을 나타냈다.
디램 제품 가격은 올해 들어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해왔다. 피시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제품 가격은 지난달 말 ‘4달러 벽’이 무너진 뒤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8.19달러로 고점을 찍었던 때와 대조할 때 반값도 안 된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상저하고’로 평가하면서 3~4분기 때 수요 회복 및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이 최근 날로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장기화·고착화 전망이 퍼지고 있고, 이에 따라 기대치를 더 낮춰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 구조에 비춰볼 때 당분간 위기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5월 대비 9.4% 감소했는데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인한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5%(금액 기준) 하락한 바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단가 회복, 유가 안정화, 중국 경기부양책, 수출활력 제고 대책 효과 등 기회 요인이 있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나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대응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다만 2020년에는 디램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세계 반도체 수급동향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지난해보다 12.1% 감소할 것이라고 지난 2월 전망치(-3%)를 수정했는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5.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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