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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총수일가표’ 김치·와인 비싸게 사주기…이호진 전 회장 고발

등록 2019-06-17 12:00수정 2019-06-17 20:41

19개 계열사 직원 복지비 등 동원
일가 회사서 시가 2~3배에 김치 사
95억원 어치 급여 명목 지급케 해

와인도 대량구매 직원에 ‘강제선물’
부당이익 33억 배당·급여로 챙겨
공정위, 사익편취에 과징금 22억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은 2014년 4월 휘슬링락씨씨(CC)가 홍천 영농조합을 통해 김치를 대량 생산하도록 지시했다. 김 실장은 태광 각 계열사에서 휘슬링락씨씨로부터 사들일 김치단가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했다. 휘슬링락씨씨의 김치 판매가격은 시중가격의 2~3배에 이르는 ㎏당 1만9천원이었다. 이 회사의 김치사업 영업이익률은 43.4~56.2%로, 한참 잘 되던 시절 반도체 영업이익률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당시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3~5%였다.

김치 사업은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휘슬링락씨씨의 실적 개선을 위해 이 전 회장이 지시한 것이었다. 이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면서, 휘슬링락씨씨가 영업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2013년 5월 역시 자신의 소유인 시스템통합(SI)업체 티시스에 합병시켰다. 그래도 실적이 나아지지 않자 김 실장에 지시해 김치 거래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태광 계열사들은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고, 일률적으로 10㎏ 단위로 포장해 임직원 주소로 택배 배송했다. 또 계열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직원 전용 사이트를 구축해 임직원들에게 김치 구매에만 쓸 수 있는 포인트를 1인당 19만점(19만원 상당)을 제공한 뒤 임직원 의사와 상관없이 김치를 배송했다.

또 김 실장은 2014년 7월 메르뱅이 취급하는 와인을 계열사가 사용하는 선물 용도로 적극 활용하고, 나아가 임직원에 대한 설·추석 선물로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각 계열사는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전용해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에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와인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를 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17일 태광그룹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씨씨(티시스)로부터 김치를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95억5천만원어치(512.6톤)를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와인을 합리적 고려 등 없이 46억원 어치를 구매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위반으로 과징금 21억8천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 등 2명과, 태광산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를 무더기로 고발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2017년 6월 취임하며 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 의지를 강조한 이후 부당지원 또는 사익편취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재벌은 하이트진로·엘에스(LS)·효성·대림·동부에 이어 6번째다. 특히 메르뱅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2013년 8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가 도입된 뒤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이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첫 제재다.

공정위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태광 계열사들이 2년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부당이익이 최소 33억원에 달한다”며 “이 돈은 이호진 회장과 부인 등 가족들에게 배당, 급여 등으로 지급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이를 통해 태광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는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 되고 골프장·와인유통시장에서의 경쟁까지 해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티시스가 2018년 4월 인적분할하여 설립된 티알엔은 총수일가 지분이 이호진 전 회장 51.8%, 아들인 이현준 39.4%로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황제보석’ 논란을 빚어 지난해 12월 재수감됐던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 2월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206억원의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태광은 “이 전 회장이 김치와 와인 거래를 직접 지시한 적이 없다. 메르뱅의 회장 일가 지분은 계열사에 무상증여했고 휘슬링락씨씨 지분은 계열사에 매각해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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