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한국도 뒤따라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 연준은 18∼19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로 동결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주장한 소수의견이 나와 동결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지지는 못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기준금리 조정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고, 경기에 대한 평가도 ‘탄탄한’(solid)에서 ‘완만한’(moderate)으로 수위를 낮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저물가가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이번엔 쓰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연준이 향후 경기전망이 약화하기 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많은 참석자들은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근거가 강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글로벌 성장세와 무역에서 지속적인 ‘역류’(cross-current) 현상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충격을 줄 것을 우려하며 향후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파월 의장은 “연준은 더욱 명확한 지표를 원한다”며 “통화정책이 심리의 단기적인 요동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모두 17명의 연준 위원 가운데 8명이 올해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특히 올해 2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이 7명이나 됐다. 인상 전망은 1명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7월 인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7월 말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은 100%다. 한꺼번에 0.5%포인트를 인하할 가능성도 30%를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일 “연준 위원 중 7명이 올해 안 0.5%포인트 인하 견해를 나타냈다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어느 나라든 국제금융시장이나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연준의 정책 변화를 늘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8∼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미-중 정상이 무역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하반기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굳어진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 등으로 무역분쟁이 격화한다면 연준은 조기에 금리를 2차례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은의 인하 시점도 앞당겨지고 인하폭도 커질 수 있다. 수출부진 지속 등 국내 경기의 둔화세도 한은의 완화적 정책 대응을 재촉하는 상황이다.
국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로 원-달러 환율이 14원 급락(원화가치 상승)한 1162.1원을 기록했다.
한광덕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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