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베트남 등 외국 생산법인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1천억원대의 소득을 누락한 혐의로 세무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효성그룹 본사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 외국에 생산 법인을 운영하면서 1천억원대의 소득을 누락한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쪽은 “법률자문을 거쳐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해왔다. 누락된 해외소득은 전무하다”고 반박했다.
24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국세청은 최근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에서 운영하는 생산 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기술사용료 등을 적게 계상해, 국내 본사로 이전해야 할 소득을 축소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효성그룹이 이런 방식으로 축소한 소득은 1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대기업이나 외국 현지 공장을 둔 기업은 기술 개발은 국내에서 하고 생산은 외국 공장에서 도맡는다. 외국 공장에서는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국내 기술 인력들이 현지에 파견 나가 생산 공정을 관할한다. 이 때문에 생산 공장은 기술사용료나 인건비 등 대가를 국내 본사에 지불해야 한다. 국세청은 효성그룹이 이런 비용을 실제보다 매우 낮게 잡아 국내로 들어와야 할 소득을 축소했고 이에 따라 국내 본사가 세금을 적게 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세청은 효성그룹뿐만 아니라 외국에 생산 법인을 운영하는 다른 대기업을 대상으로 이런 방식의 소득 탈루 혐의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5월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한다고 밝히면서, 기술사용료 등 무형자산 이전 가격 조작을 주요 탈세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산업 환경 변화로 기술 등 무형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무형자산을 외국 현지 법인에 저가에 넘기거나 사용료를 과소 수취하는 수법으로 조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무형자산 이전 관련 과세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다국적 기업이 각국의 조세제도 차이를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인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대응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결과 기존보다 구체화한 과세 기준을 마련했다.
효성 쪽은 현재 진행되는 국세청 조사에 관해 “정기 세무조사 차원”이라며 “국내와 해당 국가의 법무법인·세무법인의 자문을 거쳐 철저히 세금을 납부해왔다. 해외법인과 거래로 당사가 벌어들인 소득 중 법인세 신고가 누락된 해외소득은 전무하다. 이 점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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