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택 모습. 이 부회장은 지난 12년간 주택공시에서 누락된 이 집을 지난해 부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7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자택을 외국인학교(유치원)로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 집에 입주 신고를 한 해당 학교는 1년 만에 주소를 옮겨 다른 곳에서 개교했다. 하지만 용산구청은 지난해까지 12년간 이 부회장 집을 ‘유치원’으로 보고 재산세를 부과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택으로 분류했을 때보다 종합부동산세가 축소 부과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사실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문제제기로 알려졌다. 심상정 의원실과 용산구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 소유 이태원 주택(연면적 578.42㎥, 대지 면적 1646.9㎡)의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2006년 42억9천만원으로 평가된 게 마지막이다. 용산구청은 2007년부터는 이 주택에 외국인학교가 입주한다는 공문을 받고 해당 집을 ‘근린생활시설’로 보고 주택 공시가격 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실제로 2006년 8월 ‘이씨엘씨(ECLC) 서울국제학교’가 이 부회장의 이태원 주택을 주소로 두고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국제학교(유치원 과정) 설립 인가를 받았다. 당시 인가서를 보면, 해당 유치원은 정원 95명에, 외국 국적이나 시민권·영주권을 가진 한국 학생 등이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유치원은 이듬해인 2007년 6월 근처 동빙고동으로 주소 변경을 신청해 서울시교육청 승인을 받았다. 그 뒤 2008년 8월 개원했다. 심 의원은 “이 부회장 집에서는 실제로 국제유치원 운영을 안 했거나 최대 1년밖에 운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외국인학교는 현재 ‘이씨엘씨 어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2008년 개원 이후부터는 이 어학원이 재벌 자녀들이 다니는 영어유치원이라고 소문이 났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1년 만에 이 부회장 집을 떠났는데도 용산구청은 이 주택을 계속 ‘유치원’으로 봤다. 그러자 재산세 부과 기준이 달라졌다. 2006년 ‘주택’일 당시 이 부회장이 납부한 주택의 재산세는 1300만원이었다. 심 의원실에 따르면 유치원으로 신고한 이듬해는 이 부회장이 납부한 ‘건물’ 재산세는 10만원대로 떨어졌다. 대신 토지 재산세는 2000만원가량 납부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보통 주택 용도의 건물이 유치원 용도보다 재산세가 더 싸기 때문에 주택으로 이용하게 되면 자진신고를 하는데, 이 부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구청 입장에서는 해당 주택이 ‘주택’ 용도일 때보다 재산세를 더 많이 거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산구의 재산세 부과 기준이 고가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 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한남동 자택의 지난해 공시가격이 261억원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 주택도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심 의원은 “12년간 해당 주택 공시가격이 누락돼 종부세가 부과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세청은 “종부세 부과를 위해서는 재산세가 먼저 산정돼야 한다. 재산세가 경정(수정)되면 변동내역이 매년 국세청에 통보되며 법령에 따라 처리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종부세 사무처리 규정을 보면 해당 건물 현장 확인을 하도록 돼 있지만 12년간 (현장에) 나가보지도 않았다는 건 국세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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