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화물이 가득 찬 부산 항만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 지수는 지난 3~4월 보합세를 보이더니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심화된 미·중 무역분쟁 등 영향으로 생산과 투자 등 실물지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4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온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8.6으로 지난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이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그러나 앞으로 경기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표는 지난 4월 하락세를 멈췄었지만 반등에 실패하고 다시 떨어졌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상승이 주목되는 이유는 최근 경기 부진의 늪이 워낙 깊었기 때문이다.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개월이나 함께 하락했던 건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처음이다.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던 ‘제1차 오일쇼크’ 당시에도 두 지수는 1971년 7월부터 1972년 2월까지 8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동행지수 상승을 경기 반등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워 보인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5월 전산업 생산은 3~4월 두 달 연속 증가에 따른 조정으로 하락했다”며 “이에 따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4개월 만에 0.2포인트 상승해 개선됐다. 그러나 선행지수는 하락해 전망이 좋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생산·투자 등 실물지표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5월 전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0.5% 내려 두 달 연속 상승세에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인 관광객 특수 등으로 서비스업이 0.1% 증가했지만, 석유정제(-14.0%), 금속가공(-3.6%) 등이 부진했던 광공업이 전달보다 1.7% 감소한 탓이었다. 제조업평균가동률도 전달보다 1.0%포인트 하락한 71.7%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5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8.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월 -10.4%에서 돌아서 3월 10.1%, 4월 4.6% 등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다시 내리막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반도체제조용기계 수입이 하루 평균 3400만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5월(7450만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성과 건설수주도 각각 0.3%, 36.6% 감소했다.
민간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의복 등 준내구재(4.9%), 가전제품 등 내구재(0.6%) 판매가 늘어 전달보다 0.9% 증가했다. 소매판매액은 2월 0.5% 감소했다 3월 3.5% 올랐고, 4월에는 다시 1.2% 감소했다가 또 반등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감소가 광공업 생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며 “투자·수출·소비 등 경기보강 과제를 다음주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